[여의도포럼] 중국 경제 옥죄는 저성장과 양극화

2022. 5. 2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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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중국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 코로나19 봉쇄, 공급망 교란 등으로 1분기 성장률이 4.8%로 떨어졌다. 하반기에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성장과 고용 둔화로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는 안정 속 성장을 뜻하는 온중구진(穩中求進)을 경제정책 기조로 삼아 5%대 중속 성장을 추구해 왔다. 제로 코로나 정책,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난으로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4%로 낮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1992년 덩샤오핑이 남순강화(南巡講話)로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이후 30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상하이, 시안 등 무리한 대도시 봉쇄의 후폭풍이 거세다. 애플, GE,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사업 축소나 인력 철수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의 비중을 줄이려는 애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도전받고 있다. 4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3.9% 증가에 그쳤다. 상하이 봉쇄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도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진핑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되는 가을의 20차 당대회까지 방역 통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영도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정치 구조 특성상 방역 최우선 노선을 고수할 것이다. 코로나 방역을 통해 중국 통치 체제의 우월성을 세계에 과시했지만 과잉 대응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의 고속 성장을 견인한 부동산 황금기가 지나갔다. 역할과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과 건설 부문은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한다. 토지 매각 수입이 지방정부의 주요 세입원이다. 부동산이 흥하면 경제도 흥하는 공생 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요 부동산 개발사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헝다(恒大) 사태로 왜곡된 부동산 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시장에 돈을 푸는 대수만관(大水漫灌) 정책도 인플레 비상으로 제동이 걸렸다. 5%대 성장률은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달렸는데 봉쇄 방역, 하반기 정치 일정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향후 5년이 개혁개방 이후 가장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나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했다.

경제 양극화가 도를 넘었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인 6억명이 매월 1000위안을 번다”며 커지는 빈부격차에 우려를 표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2017년 0.467에 달해 미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4억명에 달하는 중산층 확대론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도농 간 격차가 상상을 초월한다. 상하이 시민의 평균 소득은 가난한 간쑤성 농촌 주민의 12배에 달한다. 도시 청소년의 93%가 고교에 진학하는 반면 많은 농촌 아이들은 중학교를 겨우 졸업한다. 후커우(戶口) 제도가 도농 간, 지역 간 불평등을 공고히 하고 있다. 공공 교육과 의료 서비스가 후커우에 따라 결정된다. 후커우가 국가가 후원하는 카스트 제도로 비판받는 이유다. 25~34세 노동인구 중 고등교육 이수 비율이 주요 중진국 가운데 가장 낮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 중국의 교육과 학교를 황폐화시켰다.

자본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상위 1% 계층의 자본소득 비율은 약 3분의 1로 미국의 35%와 비슷하다. 불투명한 법치와 재산권 보호가 빈부격차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선부론(先富論)이 불평등과 부패를 일반화하고 사회의 도덕적 통제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중국의 국민 스포츠는 탈세”라는 말에서 국가자본주의의 폐해를 엿볼 수 있다. 빅테크에 대한 홍색 규제, 일부 기업인에 대한 제재는 불평등에 분노하는 인민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행보다. 중국이 추구하는 국가자본주의는 한마디로 정치자본주의다. 중국에서는 정치가 치부의 열쇠다. 중국 전문가 비토 탄지 주장처럼 광범위한 지배층의 부패 관행은 국가의 토대를 갉아먹는 흰개미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중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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