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지현 쓴소리 새겨야 민주당에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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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청년, 팬덤정치 사과하며 “586 용퇴” 주장
지도부, 거칠게 반발…민심 얻으려면 자성부터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의 실책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팬덤 정치 극복과 586세대 용퇴 등을 주장하자 민주당 지도부가 반기를 들었다. 어제 열린 선대위 합동회의 비공개 회의에선 참석자들이 박 위원장의 입장에 이견을 드러내면서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왔다.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 전망도 좋지 않은 민주당이 내분 모습까지 노출한 것이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반성한 박 위원장의 자세는 온당하다.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집권 세력이었고 180석에 달하는 거대 의석도 얻었다.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해 12년간 지방 권력도 차지했다. 이렇게 국민이 아낌없이 밀어줬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부동산값 폭등이 보여주듯 정책으로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실패했다. 자기 세력에만 관대하고 극렬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일에 전념하다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됐다. 그 결과가 대선 패배다.
박 위원장은 대선에서 지고도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을 대신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며 바뀔 테니 이번 선거에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우리 편 잘못에 더 엄격하고,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고,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는 자성은 민주당을 외면한 유권자가 듣고 싶은 말이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등 극렬 지지층에게 매달리는 행태에 대해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확장성을 잃어가는 내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었다.
그런데도 강성 지지층과 선거를 이끄는 지도부 다수가 박 위원장을 비판만 하고 있다. 대선에서 지고도 쇄신 움직임은 없었다. 지방선거 전까지 민주당이 한 것이라곤 강경파 의원들의 주도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온갖 꼼수로 밀어붙인 것뿐이다. 명분 없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한 이재명 후보는 대선에서 역대 민주당 계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고도 6·1 선거에서 파급력은커녕 자신의 당선에 매달리는 처지다.
대선 직전 영입된 26세 박 위원장의 의미 있는 문제 제기를 민주당은 적극 수용해야 한다. 당의 주인 행세를 해 온 유력 정치인 누구도 대선 이후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청년이 나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개인 의견”이라거나 “몇 명이 논의할 내용이 아니다”고 자르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국민의 지지는 한 곳에 머물지 않으며, 권한을 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추상과 같이 심판한다. 민심을 다시 얻으려 한다면 민주당은 박 위원장의 쓴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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