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신' 치치파스, 테니스 3인 천하 끝낸다

피주영 입력 2022. 5. 26. 00:03 수정 2022. 5. 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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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나달‘그리스의 신’ 치치파스는 나달·조코비치·페더러의 3강 구도를 깰 대항마 1순위로 꼽힌다. 25일 (현지시간) 무세티와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리턴 샷을 시도하는 치치파스. [AP=연합뉴스]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는 지난 10여년 간 ‘흙신’으로 불리는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의 독무대였다. 나달은 지난 17년 동안 13차례나 우승했다.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2차례 우승했고,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빅3’가 우승을 나눠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파엘 나달

23일 개막한 올해 프랑스오픈(총상금 4360만 유로·약 586억원)은 상황이 다르다. 기존 전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특급 신예가 있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4·그리스)다. 세계 4위 치치파스는 25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남자 단식 1회전에서 66위의 신예 로렌초 무세티(20·이탈리아)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5-7 4-6 6-2 6-3 6-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2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린 치치파스는 이후 3~5세트를 따내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키 1m93㎝의 치치파스는 최고 시속 210㎞의 강서브를 자랑한다. 치치파스는 이날 서브에이스에서 무세티를 10-4로 앞섰다. 3시간 34분간 이어진 혈투는 현지시각으로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치치파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 서브가 상대보다 날카롭다는 것을 느꼈다. 득점 기회가 많아질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다. 좋은 흐름에서 이기지 못했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치치파스의 2회전 상대는 즈데네크콜라르(134위·체코)다.

로저 페더러

치치파스는 세계 2위 알렉산더 츠브레프(24·독일), 3위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와 함께 세계 테니스계의 차세대 ‘빅3’로 불린다. 2017년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는 강력한 포핸드와 서비스를 앞세워 세계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랐다.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윔블던·US오픈·프랑스오픈)에서 모두 3회전 이상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2019년 호주 오픈 16강에선 디펜딩 챔피언 페더러를 꺾었고, 지난해 호주 오픈 8강에선 나달까지 꺾으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했던 지난해 프랑스 오픈에선 조코비치를 상대로 1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경험 부족으로 내리 3~5세트를 허용했다.

노박 조코비치

치치파스는 ‘그리스 괴인’으로 불리는 미국프로농구(NBA) 수퍼 스타 야니스 아데토쿤보(28·밀워키 벅스)와 더불어 그리스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다. 별명도 ‘그리스의 신’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처럼 코트 안팎에서 장난 섞인 행동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테니스 경기에선 승리한 선수가 중계 카메라 렌즈에 소감을 한두 마디 적는 게 관례인데 치치파스는 ‘노란 잠수함’ ‘주황색 의자’ ‘분홍 게’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를 적어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드베데프와 천적 사이가 된 것도 치치파스의 기행 때문이다. 2018년 마이애미 오픈에서 일어난 ‘배스룸 브레이크(Bathroom Break·화장실 휴식)’ 사건이 유명하다. 당시 둘은 1라운드에서 맞붙었는데 치치파스가 경기 도중 화장실을 다녀온다면서 5분 이상 코트를 비웠다. 1~2분이면 경기에 복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술 더 떠 치치파스는 경기 도중 네트를 타고 들어온 공에 대해 ‘미안하다’는 제스처도 하지 않았다. 메드베데프가 폭발했다. 메드베데프는 2-1로 이긴 뒤 치치파스와 언쟁을 벌였다. 이후 메드베데프는 치치파스와의 맞대결에서 5연승하며 인스타그램에 ‘저런, 또 이겼네’와 같은 글을 올렸다. 치치파스는 메드베데프의 경기 스타일이 ‘지루하다’고 악평을 늘어놨다. 이후 둘은 볼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됐다.

치치파스는 지난해 호주 오픈에서 앤디 머레이(영국)와의 1회전 경기 도중에도 화장실에 갔다가 8분 만에 돌아왔다. 경기에 패한 머레이는 “치치파스에 대한 존경심을 잃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휴식 시간에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테니스에선 금지된 일이다. 치치파스는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전문가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사건·사고를 통해 성장한 치치파스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의 권순우(71위·당진시청)는 24일 1회전에서 탈락했다. 안드레이 루블료프(7위·러시아)에게 1-3(7-6〈7-5〉, 3-6, 2-6, 4-6)으로 역전패했다.

■ 랭킹 세계 4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 출생 1998년 8월 12일
국적 그리스
체격 1m93㎝, 89㎏ (오른손잡이)
주요 수상 2021 프랑스오픈 준우승 2019 ·21·22 호주오픈 4강
별명 그리스의 신, 괴짜, 4차원
친구 NBA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
취미 요리, 소셜미디어 포스팅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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