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불순물도 희석해 버리는 힘, 순도 100%의 로제
Q : 밤이 깊었네요. 요즘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잠은 푹 자고 있는지
A : 정말 푹자요. 예전보다 확실히 일찍 일어나고요. 하루하루 꽉 채워 살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와, 드디어 침대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요즘 제가 그래요.
Q : 잠을 자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죠. 명상과 숙면을 도와주는 음성 애플리케이션 ‘캄(Calm)’을 애용했다고요. 어젯밤 로제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스토리를 켜놨는데 정말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A : 색다른 일을 경험하고 싶은 생각에 참여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 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어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제가 안정을 찾았던 것처럼 내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요. 저를 통해 이 앱의 존재를 더 알리고, 사람들이 도움을 받길 바랐어요.
Q : 어머니와 티파니 팔찌를 함께 맞췄어요. 소중한 사람과 주얼리를 같이 착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A : 어릴 때부터 우정 반지 같은 걸 나눠 꼈던 기억이 나요. 지난해 가족들과 반지를 맞췄는데 엄마와 저, 둘이서 뭔가 기념한 건 처음이더라고요. 맞아요. 제게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에요.
Q : 약속할 때는 어때요. 신중한 편인가요
A : 그럼요. 약속이라는 건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평소 대화할 때도 ‘약속’이라는 단어는 신중하게 사용해요.
Q : ‘Yellow is the New Blue.’ 티파니의 새로운 캠페인이죠. 오늘도 옐로골드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했습니다
A : 신기하게도 최근 노란색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들은 말이라 신선하더라고요! 덕분에 노란색에 대한 호감이 잔뜩 솟아난 상태입니다(웃음).
Q : 칭찬에 마음이 열리나 봐요. 유튜브 필름 인터뷰를 촬영할 때도 녹음실에서 칭찬받은 에피소드를 꺼내며 진심으로 즐거워했죠
A : 그럼요. 칭찬 좋아해요. 맘껏 칭찬해 주세요.
Q :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며 SNS에 여덟 장의 풍경 사진을 올렸어요. 어떻게 고른 사진인지, 로제의 스마트폰 사진첩에 있는 사진들이 궁금해졌어요
A : 처음에 스무 장은 족히 골랐던 것 같아요(웃음). 보정도 안 하고, 조금씩 다른 장소를 올려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최근 사진을 골랐는데 사진첩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어요. 자연은 언제 어떻게 찍어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죠.
Q : 가장 최근에 일로 다녀온 곳은 LA죠? 여행 가방에 반드시 챙기는 것은
A : 제가 평소에 쓰는 것을 챙겨 가려고 노력해요. 예전에는 가서 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을 또 사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막상 그 물건을 사러 갈 시간이 부족할 때도 있고요. 출발하기 전에 좀 더 부지런해야겠다 싶어요.
Q : 공연과 이동에 제한이 있었던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는 느낌을 모두 받고 있어요.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도전과 직면하고, 멈춰야 할 것도 많은 시기였어요
A : 이 시기가 없었다면 모든 게 정신없이 지나갔을 것 같아요. 팬과 만나고 공연하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 감사한 일이라는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했어요. ‘Dista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떨어져 있으면 더 애틋해진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그래요. 다시 찾아갈 수 있을 때 더 뜨겁게, 더 열정적으로 팬들에게 회답하려고요.
Q : 무대에 올라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어떤 기분인가요
A : 너무 설레고! 정말 신나요(웃음)! 생일을 앞두면 몇 주 전부터 설레고 들뜨잖아요. 딱 그런 기분이에요.
Q : 연차가 쌓일수록 사람들은 아티스트에게 관용구처럼 ‘변신’ ‘도전’ 같은 말을 요구해요
A :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더 발전하거나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꼭 더 나아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항상 생각해야 하죠.
Q : 저는 오늘 짧게 자른 머리를 보고 놀라긴 했습니다
A : 정말요? 다행인데요(웃음). 내 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을 보이면 좋을지 결정을 내릴 때 저를 지켜봐주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어요. 이런 모습을 블링크들이 좋아해주겠지? 깜짝 놀라겠지? 같은 설렘과 기대가 항상 있죠. 그게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연결되기도 하고요.
Q : 블랙핑크와 로제의 행보를 떠올리면 당당하게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이 연상돼요. 스스로 느끼기에 로제는 대범한 사람인가요
A : 용감한 면도 있지만 또 그렇지 않을 때조차 대범해지는 순간이 있죠.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와, 내가 어떻게 저걸 해냈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있어요. 귀를 뚫은 것도 그중 하나죠(웃음). 당시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제가 어떻게 그랬는지, 다시는 못할 것 같거든요.
Q :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 대범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 직업이니까 의외로 소심해지는 순간도 있는지 궁금해요
A : 애정과 마음을 쏟아야 하는 일이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걱정부터 하게 되죠. 그런데 그런 감정도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느낌대로 용기를 내죠. ‘날 믿어!’라면서요(웃음).
Q : 많은 경험을 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어떤 사람, 누군가의 어떤 태도를 볼 때 현명하다고 느끼나요
A : 음, 예전에는 내가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아요. 조금 더 살아보니 나 역시 하루하루 시행착오를 하면서 배워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어떤 가능성이나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사람, 자신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현명해 보여요. 타인의 의견을 듣고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요. 열려 있는 태도잖아요.
Q : 그렇게 되려고 스스로 노력도 할 테고요
A : 그런 순간이 많아졌어요. ‘난 아직 너무 어리고, 배울 게 많은데 왜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지?’ 싶어서요. 살다 보면 과도하게 자기확신을 가질 때가 있잖아요.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생각을 많이 해보고, 다채로운 의견과 가능성을 조합해서 제 입장을 정하려고 해요. 결정을 내리는 건 나지만, 한 번쯤 다른 의견을 들어보려 하는 거죠.
Q : 올해 초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 곡의 커버곡을 선보였어요.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넥 딥…. 모두 영국 밴드 곡이더라고요. 특히 해외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요
A : 특정한 장르의 어떤 곡들을 부르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길에서 우연히 들었을 때 반갑고 기분 좋아지는 곡. 요즘 좋아하거나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곡을 골고루 골랐죠.
Q : 음악 예능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렇지만 편곡이나 곡을 부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A : 이 곡을 내가 부른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져요. 제가 원하는 것은 대체로 확실하거든요. 상상했던 사운드가 구현되지 않을 때 함께 방법을 찾기도 하고, 누군가가 즉흥적으로 연주한 기타 리프가 생각보다 좋다면 활용해 보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재미있어요.
Q : 가수 생활의 처음을 네 명이 함께, 블랙핑크로 시작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 네 명이라서 좋기보다 멤버들이 제 멤버들이라서 좋아요. 같이 일할수록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같은 학교를 다니며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정말 자매 같다고 할까요. 친언니들(지수, 제니)과 쌍둥이(리사)인 거죠(웃음). 내가 항상 연락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이 있는 느낌이라 너무 좋아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거든요.
Q :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좀 더 쓰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있다면
A : 정말 짧은 대화라도, 정신없이 바쁠 때도 가족과 전화를 끊을 때 사랑한다는 말은 꼭 하려고요. “언니, 우리 몇 시에 만날까? 알겠어. 러브 유, 바이” 이렇게요. 쑥스러워서 안 했던 적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할 기회가 없더라고요. 꼭 해보세요. 표현하는 건 정말 중요하니까요. 도전!
Q : 그럴게요. 도전!(웃음) 음악의 어떤 점이 여전히 로제의 마음을 뛰게 하나요
A : 매번 달라지는데요. 요즘은 그 순간, 공간의 공기를 읽고 적절한 음악을 트는 게 재미있어요. 지금 분위기에 걸맞은 음악이 딱 흘러나오는 순간, 함께 있던 모두가 기분 좋아지는 게 느껴지잖아요. 얼마 전 베이킹에 도전했을 때는 힙합 음악을 틀었는데 베이킹이 스무 배는 더 재미있어지더라고요.
Q : 디제잉 능력이 있는 거네요
A : 디제잉이라고 한 번도 생각 못 해봤는데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가 음악을 고를 때, 제게 시선이 집중되는 건 싫지만요(웃음). 음악은 정말 엄청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라디오만 틀어도 항상 누군가는 그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주려 하고 있잖아요. 다만 평소에는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이죠.
Q :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은 지금,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음악을 틀면 좋을까요
A : 흠, 힙합도 좋지만 재즈가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을 왔다 갔다 정말 다양하게 듣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플레이리스트를 정해두고 난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은 한 가지 무드에 맞춰 살지는 않으려고 해요.
Q : 약속에 신중한 편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A : 저는 재미있게, 즐겁게 앞으로도 살아보겠습니다! 괜찮은 답변인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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