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 폭락 미스터리
스테이블코인 시총 3위(테라)와 전체 코인 시총 4위(루나) 자산이 1년 만에 몰락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사태에서 제시되는 의문점은 총 3가지다. 처음 테라 생태계가 지급한 20%의 연 수익률, 테라 가격 방어 시스템 무력화 원인, 특정 세력의 공격 여부 등이다.
▶의문1. 연 수익률 20% 어떻게?
▷새 고객 돈으로 옛 고객 이자 지급
테라·루나를 둘러싼 첫 번째 의문은 ‘연 수익률 20%’를 어떻게 보장했는가다. 테라는 지난해 3월 테라를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하면 연 이자 20%를 지급하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를 사서 맡기면 연 20% 수익률을 제공하는 디파이다. UST 생태계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2019년 첫 등장 이후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테라와 루나는 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테더를 비롯한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스테이킹(예치) 이자가 5%에 불과한 것과 달리, 20% 복리 수익을 보장하는 테라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자산이었다. 자금이 몰리면서 테라와 루나의 시총이 급상승했다.
당시 권도형 대표는 연 이자 20%를 고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앵커 프로토콜이 널리 적용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이율을 제공해야 한다”며 “18~30% 이율처럼 변동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비해 훨씬 우수한 사용자 경험(UX)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승장구하던 루나와 테라에 제동이 걸린 것은 올해 3월이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각종 외신이 앵커 프로토콜의 연 이자 20% 지급이 지나치게 비정상이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해외 투자자와 언론은 테라를 만든 테라폼랩스 측에 연 이율 20%를 보장하는 원리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테라폼랩스 경영진은 “테라 생태계는 예대마진을 수익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마진으로 가져갈 돈을 전부 수익률을 높이는 데 쓴다”고 해명했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이를 전부 수익률을 높이는 데 쓰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미 예치 이자를 받으려는 수요가 대출 수요를 넘어선 상태였다. 예대마진으로는 20% 이자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테라 재단은 준비금을 덜어 이자를 지급하고 있었다. 2월에는 준비금마저 바닥났다. 테라 재단이 보유한 준비금은 지난해 12월 말 7000만달러에서 올해 2월 650만달러로 급감했다. 준비금이 떨어지자 새로 들어오는 예치금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객이 예치하는 루나를 판 자금으로 이자를 지급했다. 사실상 폰지 사기와 같은 구조로 운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신규 고객을 계속 유치해야 하는 탓에 지급하는 이율을 낮추지도 못했다. 신규 고객마저 줄어들면 기존 고객에게 줄 이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루나 가격이 상승세에 있을 때는 문제가 덜됐다. 고객이 예치한 루나를 비싸게 팔면서 얻은 차익으로 이자를 지급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가 오르고 코인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터졌다. 루나 가격이 하락하면서 더 이상 이자 지급이 어려워졌다.
▶의문2. 고장 난 가격 메커니즘
▷조 단위 준비금은 다 어디로 갔나
법정 화폐를 담보로 사용하지 않는 테라를 시장이 믿었던 이유는 ‘가격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테라의 가격 방어 시스템을 시장은 신뢰했다.
물론 문제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테라와 연관된 루나 가격이 하락하면 테라 재단은 앵커 프로토콜이 지급하는 예치 이율을 낮춰야 한다. 이율이 낮아지면 앵커 프로토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이탈한다. 이는 곧 테라 가격이 같이 붕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를 테라 측은 올해 1월 비영리 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를 세워 해결했다. 재단은 투자금을 받아 비트코인 등 안전자산을 사들여 루나 가격 방어를 위한 준비금을 모았다. 앵커 프로토콜 이율을 낮추는 대신 LFG가 테라 재단에 자금을 지급했다. 루나 가격이 하락해도 테라 스테이킹 이율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에 생겼다. 투자자들은 더욱 테라와 루나 코인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상승 시기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코인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루나 가격이 속절없이 하락하면서 LFG의 자금이 바닥나버렸다. LFG는 준비금 명목으로 모아둔 비트코인 10조원어치를 모두 가격 방어를 하는 데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해명마저 석연찮다. 비트코인을 방어에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다. 자금 흐름 흔적이 남지 않는 방법으로 거래를 한 탓에 증거가 없다. 일부 투자자들이 ‘준비금 행방을 정확히 알려달라’고 분노하는 이유다.
▶의문3. 외부 세력의 공격 있었나
▷배후는 알려진 바 없어, 공격은 확실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테라 시스템이 급속도로 붕괴한 이유는 외부 세력의 공격 때문이라고 가상자산 업계는 분석한다. 아무리 문제가 많은 코인이라도 72시간 만에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태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루나의 폭락 원인으로 이어진 ‘테라 디페깅’ 사태는 외부 세력 공격이 원인이었다. 5월 8일 권도형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교환 풀을 3풀에서 4풀로 늘리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환 풀을 늘리면 스테이블코인의 자금 안정성이 높아진다. 교환 풀을 늘리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교환 거래소인 커브파이낸스에서 자금을 인출했다. 즉 LFG의 유동성이 완전히 말랐을 무렵, 특정 세력으로부터 대규모 테라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낸스와 커브파이낸스에서 약 20억달러의 테라 대규모 인출이 발생한다. 갑작스럽게 테라가 쏟아지자 테라와 달러 고정 가치 비율이 깨지고, 1 대 0.987 비율로 떨어졌다. 테라 가치가 0.98달러일 때 LFG가 황급히 방어를 시도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실패했다. 결국 테라는 디페깅된 상태로 오래 방치됐고 패닉에 빠진 투자자의 투매 행렬이 이어졌다.
이 외부 세력의 주체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가상자산 업계는 월가 공매 세력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공격 방식이 과거 조지 소로스가 쇼트 포지션으로 영국 영란은행을 무너뜨린 방식과 유사한 탓이다. 가상화폐 ‘에이다 카르다노’의 창업자 찰스 호스킨슨은 배후로 헤지펀드 블랙록과 시타델증권을 지목했다. 두 회사가 대량의 비트코인을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로부터 빌려 공매도 공격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랙록과 시타델증권 그리고 제미니는 모두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한국의 일론 머스크? 권도형 대표는 누구
혁신가에서 사기꾼으로…부풀린 경력도 논란
루나 폭락의 한가운데 중심에 선 인물, 권도형 대표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혁신적인 가상자산 시스템 ‘루나’를 앞세워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렸던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1991년생 권 대표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턴 생활 후 2018년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씨와 손잡고 싱가포르에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권 대표는 처음에는 ‘조용한 창업자’였다. 테라폼랩스의 내부 개발에만 집중했다. 초창기 테라폼랩스의 대외 활동은 신현성 대표가 주도했다. 이후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루나와 테라 코인이 급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 대표 대신 권 대표가 직접 나서는 횟수가 많아졌다.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와 SNS 트위터를 활용하며 투자자와 활발히 소통했다. 특히 4월에는 그가 설립한 LFG가 15억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비트코인 고래’로서의 존재감도 과시했다. 국내 언론과의 접촉은 피하면서 루나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 불렀다.
그러나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탄탄대로를 걷던 권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테라와 루나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폰지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권 대표는 프로필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실상은 두 회사에서 3개월 인턴 생활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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