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전기차 만들겠다는 유퀴즈 인터뷰 믿었는데.. 숨지말고 대화하자"
[남예지 기자]
"강영권 회장에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주식 거래정지는 어떻게 풀 것이며, 적자가 난 부분은 어떻게 해소를 할 거고, CV 채권단들을 어떻게 설득을 할 것인지. 앞으로의 사업 방향은 무엇이고 또 주주들을 기만하는 듯이 대하는 회사 측의 행위는 왜 그런 것인지…."
지난 3월 거래정지된 에디슨EV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 최재영씨. 그가 인터뷰 중 속사포같이 내뱉은 말입니다. 얼마나 여러 번 곱씹은 질문들일까요.
에디슨EV는 '한국형 테슬라'라고 불리며 전기차 시장의 주목을 받던 에디슨모터스의 자회사입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나서며 덩달아 주가가 폭등했으나, 현재는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입니다. 답답하기만 한 주주들의 질문들에 대답해야 할 당사자인 에디슨EV의 대표이사이자 에디슨모터스의 회장, 강영권 회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강 회장의 이런 소통 부재에 답답한 주주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5월 3일 공동소송 커뮤니티 '화난사람들 일단모여'에 '에디슨ev 10만명 주주들은 강회장과의 소통을 원한다'라는 모임이 생겼습니다.
▲ 지난 5월 19일 기준, '화나요' 344개를 받은 "에디슨EV 10만명 주주들은 강회장과의 소통을 원한다" 모임. |
ⓒ 화난사람들 |
화난사람들 에디터가 에디슨EV 주주연대의 최재영 대표, 김아무개 부대표와 직접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됩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자동차 인수를 앞두고, 전기 경차 제조사였던 쎄미시스코를 인수했습니다. 쎄미시스코는 '에디슨EV'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하게 되었죠. 강영권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디슨EV를 통해 회사채를 찍어내 쌍용차 인수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에디슨EV를 자금창구로 활용해 쌍용차 인수에 나서자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쎄미시스코 시절 1500원에 불과했던 에디슨EV의 주가는 최고 8만2400원까지 급등했습니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쌍용차 인수 과정을 승인한 지난해 11월, 주가가 최고점을 찍으며 에디슨EV는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불발 소식이 전해지며 에디슨EV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쌍용차 측에서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잔금 2743억원을 납입하지 않았다"며 계약해제를 통보한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3월 29일 에디슨EV의 주식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감사 결과 에디슨EV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에디슨EV의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의 수는 10만4615명에 이릅니다. 개인이 보유한 에디슨EV 지분 비중은 80.34%에 달합니다.
▲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
ⓒ 유성호 |
에디슨EV의 개인 투자자 중 한 명인 최재영씨는 거래정지일 기준 약 4억3000만 원 어치의 주식(약 1만7000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4억원 규모의 자산이 종잇조각이 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발벗고 나서서 에디슨EV 주주연대의 대표를 맡았습니다.
그에게 에디슨EV에 투자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강영권 회장이 유퀴즈에 나와서 인터뷰한 것을 봤는데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믿고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했죠."
강영권 회장은 방송인 유재석·조세호씨가 진행하는 tvN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과거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었지만 요즘은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다"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고 품질 수준이 높은 전기차를 개발해서 우리나라를 빛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인터뷰 내용은 1년 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계획이 발표되며 강 회장의 경영 의지와 실행력이 다시 한번 주목받게 했습니다. 그러나 에디슨EV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 현재, 강 회장이 내놓은 입장문에서 더이상 그런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최재영 대표의 말입니다.
"강 회장이 '거래정지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방안이 하나도 없어요. 더군다나 주주들과의 소통까지 회피하니 너무 답답합니다."
에디슨EV 측은 당초 5월 25일로 예정되어 있던 임시총회도 제대로 된 사정 설명 없이 6월로 미뤘습니다.
"주주총회에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이유 없이 갑자기 연기 통보를 하니…, 주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지난해 8월 9일 열린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업무협약식 모습. 맨 왼쪽부터 한천수 쎄미시스코 CFO, 키스톤PE 마영민 대표,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대표이사, KCGI 강성부 대표, TG투자 이병협 대표. |
ⓒ 에디슨모터스 |
주주연대에서 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 아무개씨는 에디슨EV의 전신인 쎄미시스코 시절부터 이 기업에 주목하여 투자했던 열혈 투자자입니다. 에디슨EV에 4000만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수익률이 -78%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대규모 투자업체들이 주요 투자자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 믿음이 갔죠. 그런데 에디슨EV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그들이 '먹튀'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니 배신감이 너무 컸습니다."
당초 에디슨EV 주식을 대거 사들여 대주주가 된 디엠에이치, 에스엠에이치, 메리골드투자조합, 스타라이트, 아임홀딩스, 노마드아이비 등 6개 투자조합은 에디슨EV 주가 상승 시기 주식을 처분하여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먹튀 논란'이 일었습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들 투자조합이 보유한 지분율은 지난해 5월 말 기준 34.8%에서 같은 해 8월 초 1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이들이 처분한 주식을 개미 투자자들이 매수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거래정지 시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무려 80%를 넘었던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피해를 소액주주들이 떠안은 겁니다. 한국거래소는 에디슨EV 대주주의 주식 처분에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입니다.
에디슨모터스 인수 자격 끝내 부정한 법원
인터뷰를 한 지난 18일, 주주연대는 에디슨EV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상대로 낸 매각절차 진행금지 및 계약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해당 가처분 신청은 쌍용차 인수를 이어가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의지를 담은 법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디슨EV와 에디슨모터스 측은 "인수대금 납입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는데 쌍용차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를 통지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쌍용차의 재매각 절차를 중단시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에디슨EV 주주연대는 법원에 회사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법원은 에디슨EV와 에디슨모터스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 부대표는 "예상한 일"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강영권 회장은 가처분 신청에 나름 기대를 걸었던 것 같아요. 아마 항소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이제는 본연의 일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본연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부대표는 단호하게 "일단 거래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에디슨EV 주주연대 카페 대문 이미지. |
ⓒ 에디슨EV 주주연대 |
에디슨EV 주식 거래 정상화는 주주들이 모인 목적이기도 합니다. 최재영 대표가 말하는 주주연대의 요구사항은 간단했습니다. 바로 주주들과 소통을 통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저희가 가장 바라는 건 에디슨EV 운영이 정상화되고 거래정지된 주권의 거래가 재개되는 것이거든요. 주주들은 누구보다 에디슨EV를 응원하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주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함께 해결방안을 의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 부대표도 '에디슨EV의 회생을 위한 주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했습니다.
"10만4000여 명의 주주들이 에디슨EV의 가치를 믿고 투자를 한 거거든요. '이렇게 많은 주주들이 투자한 만큼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가 지금 직면한 과제죠. 자본 잠식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그 이후에 이 기업의 가치를 기술력으로 입증하는 것.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주들과 더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뜻을 합쳐 모인 주주들은 현재 약 1400명입니다. 1400명도 많은 수지만 전체 개인 투자자가 10만 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더 모아야 한다고 합니다. 에디슨EV 주주연대의 목표는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3% 지분 보유율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보유 주식을 합쳐서 발행 주식의 3%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상법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기자 주 : 소수주주권은 여러 명의 주주가 일정비율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소수주주권은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할 때, 회사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인정되는 권리로 주주총회소집청구권, 이사 및 감사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권 등이 보장됩니다.)
주주연대가 의결권을 모아 힘을 키우는 것은 "주주권에 반하는 모든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에디슨EV의 회생을 위해 주주들도 노력하겠지만, 만약 그 방향이 개인 투자자들이 모든 희생을 떠안도록 하는 것이라면 저희가 의결권을 행사하여 회사를 견제해야죠. 더이상 개미투자자들의 희생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김 부대표는 강영권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습니다.
"강영권 회장이 그동안 등한시했던 주주들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에 믿고 투자를 해준 투자자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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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난사람들 웹사이트www.angrypeople.co.kr에도 실렸습니다. 주주들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주주연대는 '화난사람들 일단모여'에서 에디슨EV 피해주주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https://www.angrypeople.co.kr/gathering/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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