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부부·합창단 사진 찍은 그곳..靑본관·사저 내일부터 개방
26일부터 개방되는 청와대 본관과 관저 내부가 25일 언론에 선공개됐다. 지난 10일 74년 만에 청와대를 개방한 지 보름 만이다. 영빈관과 춘추관 내부는 지난 23일부터 공개됐다.
청와대 본관은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됐던 청와대의 핵심 공간으로, 1991년 9월 완공됐다.
본관 내부 관람은 정해진 동선에 따라 동쪽 별채에 위치한 충무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충무실은 외빈 만찬이나 공연, 임명장 수여식 등 각종 대규모 행사를 위해 사용되던 공간으로, 현재는 태극기와 푸른 봉황기 정도만 남아있지만 행사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꾸며지던 곳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 수여식’을 열고 방탄소년단(BTS)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곳도 이곳이다. 이밖에도 국무위원 초청 오찬이나 국민경제 자문회의 등의 행사나 회의도 충무실에서 이뤄졌다.
충무실을 지나면 청와대 서쪽에 위치한 인왕산에서 이름을 따온 인왕실을 만나게 된다. 인왕실은 소규모 연회나 오·만찬, 외국 정상 방한 때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의 목적으로 활용됐다. 한국적 요소가 가미된 본관의 주요 공간들과 달리 서양식으로 꾸며진 게 특징이다.
다만 인왕실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그림은 동양적 색감이 눈에 띄는 전혁림 화백(1915~2010)의 ‘통영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전 화백이 3개월에 걸쳐 그렸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라졌다가 문재인 정부 때 다시 인왕실 벽에 걸리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청와대 개방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대부분의 그림을 떼고 일부만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왕실 관람이 끝나면 본관의 중앙에 다다른다. 본관 중앙은 높은 천장과 널찍한 레드카펫,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등이 단번에 웅장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다. 주요 인사들이 방문하면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청와대를 떠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KBS ‘열린음악회’가 청와대에서 열린 지난 22일 음악회에 출연한 합창단과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관람객들은 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이동하면서 중앙에 걸린 김식의 ‘금수강산도’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금수강산도’는 본관 건립 당시 그려져 현재까지 청와대의 중앙을 장식하고 있다.
2층에 도달하면 본관의 핵심공간인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게 된다. 대통령 책상 뒤로 청와대의 상징인 금빛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에서 대통령 책상까지 15m에 달할 정도로 넓어 역대 대통령들이 “테니스를 쳐도 되겠다”(이명박 전 대통령), “너무 넓어 추위를 느낄 정도”(박근혜 전 대통령)라고 언급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집무실 바로 옆에는 대통령이 외빈과 만나는 장소로 쓰였던 접견실이 있다. 동쪽 벽면은 황금빛 ‘십장색문양도’로 장식돼 있고, 나무 창틀과 문살을 한지로 마감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접견실을 둘러본 뒤에는 중앙계단을 따라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서쪽에 위치한 무궁화실을 만난다. 무궁화실은 영부인이 사용하던 공간을 통칭하는데, 영부인이 집무를 보던 집무실과 외빈을 만나던 접견실 등으로 나뉘어져있다. 특히 접견실은 하얀 벽과 푸른 커튼 등 화사한 색감으로 꾸며졌고, 벽면에는 역대 영부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있던 세종실은 일반에 개방되지 않으며, 초상화 자체도 그림 특성상 보호가 필요해 벽에서 떼어내 별도로 보관된 상태다.
관저 내부는 창문 통해 관람
한편 본관과 더불어 시민들의 관심이 큰 대통령 관저도 26일부터 내부를 볼 수 있도록 개방된다. 다만 본관처럼 관람객의 내부 입장을 허용하지는 않고, 창문을 전면 개방하는 방식으로 관람이 이뤄진다.
취재진에게 공개된 내부에는 거실·주방·메이크업룸·화장실 등 방 하나하나에 역대 대통령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모습이었다. 실제 사용된 소파·식탁 등의 가구와 TV·컴퓨터·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드레스룸 한쪽 구석에는 문 전 대통령이 키우던 고양이 찡찡이의 이름이 적힌 밥그릇이 눈에 띄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영빈관·춘추관 내부 개방의 반응이 좋아 시민들의 궁금증이 큰 본관과 관저도 빠르게 개방을 추진하게 됐다”며 “내부 시설과 문화재에 대한 안내와 부대시설 등도 차차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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