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증 장애 딸 살해 60대 친모 영장기각

정창교 2022. 5. 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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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인천에서 '사회적 돌봄'이 붕괴된 사례가 발생했다.

30년 이상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친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현덕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피의자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볼 때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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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인천에서 ‘사회적 돌봄’이 붕괴된 사례가 발생했다.

30년 이상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친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인천지법은 살인 혐의를 받는 60대 여성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김현덕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피의자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볼 때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범행 동기와 경위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딸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며 울먹였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먹여 30대 딸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인 B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았으며 최근에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타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30년 넘게 B씨를 돌봤다. 아들이 결혼해 출가하면서부터는 홀로 B씨를 챙겼으며, 위탁시설에 딸을 보낼만한 경제적 여력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장애자녀의 돌봄을 온전히 가족에게만 떠맡기는 것은 국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가족·개인의 책임이라고만 하지 말고 위기에 처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지부장 조영실)가 발표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 전문이다.

“5월 23일, 60대 여성이 인천 연수구 동춘동 아파트에서 뇌병변장애인 1급의 중증장애인 30대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하였다. 어머니는 딸을 살해한 뒤,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였지만 집을 방문한 아들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경찰은 중증 장애가 있는 딸을 살해한 혐의로 어머니를 체포하여 조사 중이다.

같은 날,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장애 자녀의 삶을 책임지는 유일한 버팀목은 항상 가족, 부모였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미래를 생각하면 그 가족은 살아야 하는 의미가 없어지고, 그에 따른 결과는 자식과의 동반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어제오늘 연이어 보도된 사건만으로도 장애인 가족의 삶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돌봄 부담으로 장애 자녀를 살해하고 가족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은 매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있는 장애 자녀와 그 가족의 삶을 돌아봐 주길 호소해왔다.

장애 자녀를 둔 가족들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장애 자녀의 돌봄으로 인해 경제 활동이 어려워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문제이다.

둘째, 온전히 가족이 장애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절망감 때문이다.

즉,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 자녀를 둔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없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장애 자녀를 둔 가족들이 생명을 스스로 끊는 극단적인 선택은 예방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애 자녀를 돌보는 것을 온전히 가족에게만 떠맡기는 것은 국가의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장애 자녀와 그 가족 역시 이 나라의 국민이자, 시민이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국가와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제 국가가 대답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각 지자체에서라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라도 먼저 장애 자녀와 그 가족들에게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더라면 어머니가 딸을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다시는, 가족의 책임이라고,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하지 말고, 극명한 위기에 처해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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