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매체, NYT 반박 "영토 양보는 패배..中에 빌미 줄것"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사설에서 휴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고통스러운 영토 결정"을 언급하자,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영토를 잃는 건 패배를 뜻하고 서방에도 해가 될 것"이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영토 양보는 곧 패배' 민주주의 가치 누가 따를까
우크라이나 독립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와 자매 매체인 유러피안 프라우다는 26일(현지시간) 공동 사설을 통해 "NYT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토를 양보하는 건 어떤 말로 위장하든 '패배'를 뜻한다"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유럽 일부를 나치 독일이 점령한 채로 아돌프 히틀러와 합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동부 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 남부 헤르손·자포리자 지역 등을 러시아군에 내줬다.
매체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내준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반박했다. 먼저 매체는 "미국 등 서방은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 가치를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지만, 전쟁의 양상은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곧 나토와 미국의 패배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국의 동맹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미국이 강조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임벌린 사례 보라, 러시아는 '잠시만' 약해질 뿐
두 번째로 "러시아가 잠시 약해질 수 있지만, 그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떠나도 또 다른 폭정이 일어나고 다시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38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히틀러와 맺은 평화조약인 뮌헨협정을 언급했다. 당시 체임벌린 총리는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중 독일인이 많은 주데텐란트를 나치 독일에 양도하는 것을 골자로 협정을 체결한 뒤 "이것이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임을 믿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나치 독일은 1년도 되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또 우크라이나가 영토 양보를 대가로 평화협상을 할 경우 다음 공격 대상은 우크라이나·조지아·몰도바는 물론 나토 국가인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에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매체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려는 나라가 러시아 말고 더 있다"면서 "특히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수출 통로 흑해 장악, 세계 식량 위기 심화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전쟁이 끝나면 세계 식량 위기도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매체는 "세계 식량 위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곡물의 주요 수출 경로인 흑해를 장악한 러시아가 안전한 수출을 보장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또 불안한 안보 상황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투자자도 들어오지 않아 우크라이나가 전후 재건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끝으로 "끝까지 전쟁을 치를지, 현재 상태로 휴전 후 나중에 영토를 재탈환할지 등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에서 논의 중"이라며 "이번 전쟁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우크라이나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2000년에 창간한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현지에서 신뢰받는 온라인 매체로 하루 방문자가 400만명에 달한다. 세브길 무사예바 편집장은 지난 23일 미국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에 선정됐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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