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절제"..한·미, 핵 자산 '적기 전개' 행동으로 보여주나

정진우 2022. 5. 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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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교적 절제되고 상호 긴장을 상승시키지 않는 국면에서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냈다고 한다면, 앞으로 (북한의)도발 양태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세 발을 쏜 2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우리 안보를 위협할 경우에 대비해 핵우산 실행력과 신빙성을 실체적으로 연습하고, 준비하고, 이행하는 것이 현재 한·미 공동성명에 의한 확장억제력 강화 이행조치 약속이 될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北 향한 공개 경고 "추가 조치 검토"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추가 조치’ 언급은 북한이 신형 ICBM 시험 발사에 이어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경고나 다름없었다.

실제 김 차장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동향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풍계리에서의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장치 작동시험이 탐지되고 있다”며 “(북한은) 기폭장치 시험을 지난 몇 주간, 몇 차례 지속하고 있고, 북한 나름대로 (핵실험에) 실패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실험하는 마지막 준비 단계에 임박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전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예상하고 있다고 수차례 확인하며 “다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차장도 “어제(24일) 오후 주요 부처 각료들에게는 저녁 상황부터 주시해야 한다고 공지했고, 오후 9시 넘어서는 (25일)이른 아침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전에) 여러 사항을 점검하고 준비했다”며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는데, 허를 찌르는 ‘기습 도발’에 그냥 당하는 일은 없다는 대북 메시지였다.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전략자산의 조율된 전개 방침을 밝혔다. [뉴스1]
이와 관련, 이번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timely)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한다”고 돼 있다. 미국의 전략자산 ‘적시 전개’를 못 박은 것이다. 이처럼 한‧미가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사후뿐 아니라 사전적으로도 장거리 폭격기 등 즉각적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가 가능하다.

실제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며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에 대비한 미 전략자산 전개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공교롭게도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국 B-52H(스트래토포트리스) 장거리 폭격기가 일본 열도 동쪽 해안을 따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 근접해서 비행하지는 않았지만, 이 장관이 전략자산 전개 필요성을 미 측에 언급한 직후 핵탄두 장착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B-52H가 역내에서 비행한 것이라 주목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핵 자산뿐만이 아니다. 정상 공동성명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미국의 전투기나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이 포함되는데, 지금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을 장기적인 확장억제 메뉴로 논의하겠다는 것이 공동성명 내용”이라며 “지난 몇 년 간 중단됐던 관련한 도상연습, 전투행위를 100% 구현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연습과 세부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실체적인 약속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DSCG 재가동, 연합훈련 확대로 대응


북한은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 3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 도발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결국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는 신형 ICBM과 대남형 전술핵 탑재 가능성이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함께 발사하며 한·미를 동시에 노린 북한의 무력 도발이 윤 정부 출범 직후 본격적인 한·미 대북 공조 체계를 갖추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북한의 한·미 정상이 합의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속한 재가동에 속도가 붙게 됐다. 공동성명에 명시된 ▲핵우산 ▲재래식무기 대응 ▲미사일방어능력(MD) 강화 등이 주요 후속조치로 논의될 예정이다.

북한과의 대화 국면 조성 및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됐던 한·미 연합훈련 확대 역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미가 오는 8월로 예정된 연합훈련에서 그간 중단됐던 대규모 실기동훈련 재개 여부를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단호하게 대응해야”…추가 대북 제재에 ‘전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 문제를 논의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막혀 추가 대북 제재 결의 문제는 공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압박의 다른 한 축은 제재 체제 강화가 될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지난 3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이 또 ICBM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자동으로 대북 원유·정제유 공급량을 줄이기로 한 결의 2397호를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ICBM 발사에 대응해 여기서 제재 요소가 더 추가될 수 있다.

하지만 중·러가 대북 추가 제재 자체에 반대하면서 두 달이 다 되도록 관련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다만 북한이 연이어 ICBM을 발사해 안보리 결의 위반을 노골적으로 반복하고, 핵실험이라는 선까지 넘나들면 중·러 역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점점 궁색해질 수 있다.

한국은 중·러를 설득하는 등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을 주도한다는 입장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부내 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는 상황에서, 안보리가 더 이상 단호한 대응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될 경우 안보리 대북 제재와 별개로 한·미·일 3국이 독자 제재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ICBM 발사 국면에서 한국은 미·일과 연합해 독자 대북 제재에 나섰다. 특히 2017년 12월엔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불법 금융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북한 단체 20곳과 개인 12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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