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지사들은 부정적이었던 '경기 분도론', 이번엔 여야 엇갈렸다
경기 지역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분도론’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매년 선거 때마다 거론된 40여 년 묵은 이슈다. 지금까진 경기지사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선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김동연 “임기 내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 설치 완수”
김 후보는 지난 15일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경기 북부 지역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 설치’ 공약을 발표했다. “단순한 분도가 아닌 제주·세종 같은 특별자치도로 조성해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를 위해 재정자립도 향상과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집중 투자, 캠프 내 ‘경기 북도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약속했다. 당선되면 임기 내에 특별자치도 설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 북부 지역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김 후보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고 한다.
분도 주장은 1992년 대선부터 제기됐다. 경기 북부의 인구는 390만명으로 인구만 따지면 서울과 경기 남부에 이어 전국 세 번째 규모다. 하지만, 2020년 기준 경기 북부의 재정자립도는 28.2% 정도로 경기 남부(42.9%)보다 낮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 북부 지역을 분리해 균형적으로 발전할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역대 경기지사들은 분도 반대…김은혜 “북부 발전이 우선"
그러나, 취임한 경기지사마다 반대 의견을 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맞붙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는 “분도 보다는 경기 북부를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최근 반도체 기업 유치와 경제자유구역청 설치,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담은 경기 북부 발전 공약을 내놨다. “개발로 북부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면 경기 남북 격차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논쟁, 법안도 이번엔?
여야 경기지사 후보가 엇갈린 입장을 내면서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김민철(의정부을) 의원실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경기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분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응답자의 44.6%가 경기북도 신설에 찬성했다. 반대는 37.3%였다. 특히 경기 북부 주민들의 찬성 비율은 58.4%였다.
올해 1월엔 경기 북부 시·군의회 11곳(구리시, 연천군, 고양시, 의정부시, 남양주시, 파주시, 포천시, 양주시, 동두천시, 가평군, 김포시)이 참여하는 ‘경기 북도 설치를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각 정당 후보들에게 ‘경기 북도 신설’을 공약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북도 설치 관련 법안’도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과거보다 분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분도 논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군사·수도권 규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도를 결정하면 경기 북부의 재정 여건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같은 이유로 선거 때마다 많은 후보들이 분도를 공약으로 검토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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