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검증·임명까지 다 檢출신이..野 "안기부 공포정치 부활"

강태화 2022. 5. 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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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직자 인사와 관련한 정보수집과 검증 권한을 법무부에 이전하는 내용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안이 6ㆍ1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공직 후보자 등의 인사 정보 수집·관리를 체계적으로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장을 장관 밑에 신설하고, 관련 인력 20명을 증원하는 직제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뉴스1

특히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소(小)통령’ 한동훈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공화국’을 만들려한다”고 비난하는 와중에 대표적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인사로 분류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정원에도 인사검증 부서를 두면 좋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野 “검찰 친위 쿠데타로 ‘검찰 왕국’ 만든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인사정보관리단 신설과 관련 “검찰이 모든 국가권력을 독식하는 ‘검찰 친위 쿠데타’로 대한민국을 검찰 왕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모든 공직자 인사가 소통령 한 장관을 거쳐 검찰 손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이 한 장관에게 사정의 칼날도 모자라 인사의 총구까지 넘겼다”며 “(한 장관과)같은 국무위원인 장관들은 물론 국무총리조차 검찰권과 인사권을 거느린 법무장관을 상왕으로 모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날 법무부와 인사혁신처가 입법예고한 대통령령과 법무부령에 따르면 공직후보자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ㆍ관리 권한을 위임받아 인사 검증을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이 한동훈 법무장관 산하에 신설된다. 인사정보관리단은 검사 4명 등 20명으로 구성돼, 법무장관 직속의 또다른 검찰 조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줄이 검사’…논란 키운 대통령실 해명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은 정책 중심으로 가고 공직자 검증은 내각으로 보내는 것이 맞다”며 “(검증을 담당할)내각은 법무부가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윤 대통령이)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추천ㆍ발탁하는 과정은 대통령실에 남고 검증만 법무부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강인선 대변인이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 라운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별도 자료를 통해서도 “어느 기관에든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면 남용의 위험성이 크다”며 “과도하게 집중된 (비서실의) 권한 분산을 통해 상호 견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인사는 대통령실 ‘인사라인이 추천→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공직기강비서관실의 재검증’을 거쳐 이뤄진다.

그런데 현재 대통령실에서 인사를 추천할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은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과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가 맡고 있다. 1차 검증은 검찰을 지휘하는 한 장관이, 2차 검증은 수원지검 형사2부장 출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맡는다. 사실상 검찰 출신들이 추천ㆍ검증ㆍ임명의 인사 전과정을 독점하게 된다는 의미다.

박주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 국정장악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검찰 출신 장관을 임명한 법무부에 타부처 공직자 인사검증을 맡기는 것은 노골적으로 검찰 중심의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검찰이)검증이라는 명목으로 합법적 정보수집에 나서면서 수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기부 부활 예고한 공포 정치”

특히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은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수사지휘권을 가진 법무부에 무한 축적하는 시스템”이라며 “결국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부활을 예고할 정도로 공포정치로 인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상태였던 한동훈 법무장관. 인수위사진기자단


익명을 원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과거 안기부는 대공수사권만으로도 안기부법에 규정된 ‘보안정보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라는 단 한줄을 근거로 전 부처를 장악했다”며 “윤 대통령이 아직 수사ㆍ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각부처의 ‘목줄’인 인사권을 독점시킬 경우 대한민국은 ‘검찰지배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인사 대상은 학계ㆍ문화계ㆍ언론계 등 민간이 포함되기 때문에 전국민에 대한 ‘합법적 사찰’이 가능하다”며 “특히 한 장관이 폐지된 대검 범죄정보기획관까지 부활시킬 경우, 검찰은 인사 관련 무차별적 정보수집과 검증에 이어 상시적으로 정치적 수사와 기소를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 있었다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윤 대통령 마음대로 검찰에 다 갖다줬다가는 자칫 ‘윤핵검(윤 대통령측 핵심 검사)’에 의한 제2의 국정농단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정원도 인사 검증”…논란 확대되나

‘안기부 기능이 부활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인사문제를 전적으로 법무부에만 맡길 분은 아니다”라며 “국민께서 허락하신다면 국정원에도 인사 검증 부서를 두면 좋을 것 같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사절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장제원 대통령 특사(앞줄 오른쪽)가 16일(현지시간) UAE 알 무슈리끄 궁에서 개최된 고(故) 할리파 대통령 조문 행사에 참석,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신임 UAE 대통령(앞줄 왼쪽)에게 윤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대표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은 매 정부때마다 정치개입 논란의 중심에 섰고, 결국 2020년 국정원법이 개정되면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권이 폐지됐다. 국정원이 인사 검증을 하려면 재차 국정원법을 고쳐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장 의원의 발언은 인사검증 작업이 '한동훈의 법무부'에만 집중돼선 안된다는 취지였지만, 민주당은 "국정원이 인사 정보를 수집하라는 얘기냐"라며 반발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장 의원이)법에 있지도 않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국정원이 정보조정권한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을 장악했는데, 이제 국정원이 하던 걸 검찰이 가져가 검찰이 경찰과 국정원을 장악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정말 ‘검찰 동호회’가 사적으로 지배하는 나라를 원한다면 정상적으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해보자”고 응수했다.


與 “비정상의 정상화”…野 “위법적 조직”

민주당은 이밖에 정부가 법무부에 인사 검증 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개정이 아닌 대통령령 개정을 택한 점에 대해서도 “정부조직법에 규정한 법무장관의 역할에 ‘인사정보관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법개정 없이 대통령령만 개정해 만드는 인사정보관리단은 위법적인 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 장관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라디오에 출연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것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그간 민정수석실에 과다한 권력이 집중돼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문제가 많이 발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괜한 헌법정신까지 들먹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는 것”이라며 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1차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미국의 FBI와 같은 조직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의 인사권을 법무부에 넘기는 것은 소프트파시즘(자의적 법해석에 의한 지배)으로 악용될 근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무차별적인 대국민 사찰 우려에 대한 논의 없이 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가는 두고두고 자유민주주의 원칙 위배 논란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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