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선배님과 듀엣 하고싶다" 눈에서 하트 뿜는 긴 머리 로커

김정연 입력 2022. 5. 25. 14:39 수정 2022. 5. 25. 14: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2일 신곡 '그늘' 공개한 가수 정홍일
스물 셋에 우연히 록밴드를 시작해 40대에 '무명가수'를 벗어난 가수 정홍일(47)이 신곡을 냈다. "코로나19를 앓고 난 뒤 목소리를 내는 게 다소 힘겨웠는데. 오히려 애절하게 녹음된 것 같다"는 곡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코로나19에 걸리고 나서) 이렇게까지 소리가 안 날 줄 몰랐는데, 막상 녹음하고 보니 애절한 게 담겼더라고요"

가수 정홍일(47)이 지난 22일 신곡 '그늘'을 냈다. '무명' 가수였던 정홍일이 2020년 '싱어게인'으로 이름을 알린 뒤 두 번째 발표한 곡이다. 원래 14곡을 수록한 정규앨범을 계획하고 곡도 다 준비했지만, 코로나19가 덮쳐 '첫 정규앨범' 계획은 미뤄졌다.


"목소리 컨디션 50% 이하… 지금은 80% 회복"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뒤 회복한 정홍일은 "(코로나19 이후) 목소리 컨디션이 평상시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떨어졌었다"며 "이렇게까지 소리가 안 날 줄은 몰랐는데, 태어나서 처음 녹음에 실패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는 그는 지난해 '싱어게인'이 끝난 뒤 인터뷰 당시보다 해쓱해진 모습이었다.

앨범을 위해 모아둔 14곡은 목 상태에 따라 한 곡씩 녹음해 공개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다행히 지금은 원래 목소리의 80% 정도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했다. 정홍일은 "막상 녹음하고 보니 소리내기가 힘들어선지 목소리가 애절하게 담겨서, 가사와 오히려 더 잘 어우러지고 대중에게 감정 전달도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홍일은 코로나19를 앓은 뒤 지난해 2월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살이 빠졌다. 3kg정도 빠졌다는 그는 "좋다는 것 다 챙겨먹고, 좋아하던 맥주도 거의 안 마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29번 드라마' 정홍일이 2030에게


'그늘' 뮤직비디오는 정홍일이 출연하지 않고, 2030의 모습을 담았다. 정홍일은 "저도 29세가 힘들었지만 요즘 청춘들은 더 힘들 것 같은데, 그늘이 돼주고 싶고 그들도 또 누군가의 그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쳐]

정홍일은 "힘들었던 저의 29세를 떠올리며 녹음한 곡"이라며 "요즘 청춘들은 더 힘들 것 같은데, 그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새 노래를 소개했다. 뮤직비디오에도 취업준비, 아르바이트 등으로 고군분투하는 2030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29'라는 숫자를 유독 많이 언급했다. 스물아홉 당시 3년 정도 다니던 직장생활도 힘겨웠고, 여자친구(현 아내)와도 헤어진 상태에서 서른을 맞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정홍일은 "그땐 ‘남자 30 달면 인생 무너지는 거 아냐?’ 싶던 때였다”며 “(근데 막상 서른이 되니) 별거 없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싱어게인에서 ‘29번 가수’였던 정홍일은 “29번을 뽑았을 때 ‘이건 운명이다’ 생각했다”며 “29살이 정말 힘들었는데, 45살 정홍일이 새 도전을 하며 29번을 다는 게 드라마 같았다”고 했다. 그는 “번호판을 떼서 상자에 넣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나의 29세 고통은 여기서 끝이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알바하다 우연히 만난 밴드… 카메라엔 "별 일 아니다, 라고 계속 생각"


정홍일은 고등학교 1학년 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며 처음 무대를 경험했다. 그는 "당시 음향 시설이 좋지 않아서 기타 소리는 거의 안 들리고 내 목소리만 강당에 울려퍼졌다"며 "거의 무반주로 초라하게 노래를 부르니 학생들은 '우~우~' 했지만 저는 끝까지 다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만 해도 내가 음악을 계속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사진 정홍일]

‘싱어게인’에서 돋보였던 선 굵은 목소리와 파워풀한 가창력은 10년 넘는 록밴드 활동으로 다져진 목소리다. 하지만 정홍일은 "20대의 원래 목소리는 미성이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소풍 가서 '노래 부를 사람'을 찾으면 옆에서 친구들이 쿡쿡 찔러 일으켜 세우던" 아이였고, "숫기가 없었지만 노래는 다 불렀던" 정홍일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축제에서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부르며 첫 무대를 경험했다.

그러나 20대 초반까지도 본격적인 음악 활동은 해본 적 없는 일반인이었고, 여러 일을 거치며 돈을 벌던 중 한 광고기획사에서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매료된" 게 음악인 정홍일의 시작이었다. 그 회사에서 CM송을 부르거나, 성우가 녹음하는 빈자리를 메꾸기도 하던 정홍일은 그러다 만난 사람들과 1998년 록밴드 '바크하우스' 생활을 시작했다. 스물셋부터 10년 넘게, 직장이 있는 창원에서 부산 사상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오가며 밴드 활동을 했다.

16일 광진구 자양동 연습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가수 정홍일. 사진 기자가 "사진 찍는 사람들은 다 좋아할 얼굴"이라며 칭찬했지만, 그는 "모델, 배우 제안은 한 번도 받아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40대에 처음 카메라 앞에 선 그는 "플래시 터지는 일도 별일 아니다, 라고 스스로 계속 세뇌하며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싱어게인'이 첫 방송 출연이었던 그는 그 전까지 카메라와 전혀 접점이 없었다. 짙은 이목구비와 인상 강한 목소리에 배우나 모델·성우 등 제안이 들어온 적은 없냐는 물음엔 "어휴, 전혀요. 생각도 안 해봤고 제안받은 적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40대에 갑자기 카메라 앞에 서면서, 긴장하지 않기 위해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고 했다. 정홍일은 "'플래시 터지는 일도 삶의 일부분이다'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래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긴 머리 로커' 계보… "경호 형님도 똑같이 관리하시더라"


정홍일은 10년 넘게 유지한 긴 머리 유지를 위해 샴푸, 린스, 컨디셔너, 에센스까지 꼬박꼬박 챙겨바르고, 머리 말리는 데에 한 시간 넘게 공을 들여 꼼꼼히 말린다고 했다. '긴 머리 로커' 선배 김경호를 만났을 때를 얘기하며 "저보다 더 열심히 관리하고 계시더라. 펌도 염색도 안하신다"고 전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홍일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긴 머리는 서른 중반부터 기르기 시작했다. 가장 길 땐 허리까지 닿을 정도였다. 그는 "처음에 어깨 정도로 기를 때까지가 어렵고, 그 뒤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며 "아침에 머리 말리는 데에만 한 시간이 걸리고, 집게 핀으로 말아 고정하면 자연스럽게 컬이 만들어진다”고 웃음 지었다. ‘긴 머리 로커’의 상징인 김종서와는 아직 만난 적이 없고, 김경호와는 JTBC ‘유명가수전’에서 만나 함께 노래를 불렀다. “경호 형님도 (긴 머리를) 똑같이 관리하고 계시더라”며 "샴푸, 린스, 컨디셔너, 에센스도 열심히 바르고,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재범 선배님과 듀엣 하고 싶습니다" 눈 빛내는 로커


정홍일은 좋아하는 보컬리스트로 곽진언, 임재범을 꼽으며 "임재범 선배님과 듀엣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범에 관한 얘기를 하는 동안에는 그의 눈에서 하트가 뿜어져나왔다. [중앙포토]

정홍일은 "신곡 ‘그늘’은 “100% 대중적인 코드의 곡”이라며 “‘가수 정홍일’로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28일에는 첫 팬미팅도 앞두고 있다. 원래 여름 공연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목소리 회복을 위해 미뤄두고 팬미팅을 우선 연다. 정홍일은 “팬들을 실제로는 처음 만나는 거라, 신고식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강렬한 록음악을 좋아한다는 정홍일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영국의 조용필 격”이라며 잉글랜드 록밴드 ‘배드 컴퍼니’를 꼽았다. 앞으로 보컬리스트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임재범 선배님과 듀엣을 꼭 하고 싶다”며 “공연은 간 적 있지만, 바로 옆에서 목소리를 들으며 같이 ‘비상’을 부르고 싶다”고 말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원래 사인할 때 '싱어게인 정홍일'을 썼다는 정홍일은 이제는 사인할 때 ‘싱어게인’을 쓰지 않고 이름 석 자만 쓴다. 그는 “목소리만 딱 들으면 ‘어 이 목소리? 정홍일!’ 하는, 임재범 선배처럼 ‘이 노래는 무조건 홍일이지’ 꼽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