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전기료 놔두고 왜 민간업체 이윤으로 메우나" 반발

김남준 입력 2022. 5. 25. 13:45 수정 2022. 5. 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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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전력이 발전사에 전기를 사는 비용의 상한을 추진하자, 신재생에너지와 민간 화력 발전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조만간 공동 법적 대응까지 나설 계획이라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 모습. 뉴스1

25일 민간 발전업계는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의 시행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신재생에너지 단체는 정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추가 대응 방안 마련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업계와 민간 화력발전 업계 등이 공동으로 연합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간 발전업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정부 개정 고시가 실질적으로 민간 발전사 이윤을 제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에 전력을 사오는 비용은 조정계수를 적용해 이미 어느 정도 이윤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전력 거래 가격 제한 조치로 사실상 가장 크게 손해를 감수하는 곳은 신재생과 민간 화력 발전 업계가 될 전망이다.

특히 업계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근본적 해결책을 배제하고 민간 업체 주머니를 털어 한전 적자를 보전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화력 발전업계 관계자는 “이런 조치는 일단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맞춘 뒤에도 적자가 해결되지 않을 때 시행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눌러 놓고, 일부 민간 업체 이윤을 빼 한전의 적자를 메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영세 사업자가 많은 신재생에너지는 이번 조치가 업계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재생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 사업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을 때는 별다른 보전책을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가, 이제서야 정산 비용을 제한하면 장기적으로 투자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신재생에너지는 사업자 대부분이 영세 업체라 어느 정도 이윤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투자 비용도 건지기 힘들다”고 했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이번 조치의 효과가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전은 자체적으로 전력거래가격 상한제를 시행했을 때 한 달에 약 1000억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한전 적자를 줄이기엔 부족한 액수다.

다만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이 이런 조처를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근본적 해결책인 것은 맞지만, 현행 연료비 연동제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폭은 1년에 킬로와트시(㎾h)당 최대 5.0원으로 정해져 있다. 또 최근 높아진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요금을 무작정 올리기도 힘들다는 게 재정 당국 고민이다.

이 때문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면, 2008년과 같은 정부 직접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정부는 한전이 2조79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자 추가경정예산으로 6680억원을 직접 지원해 재무 부담을 덜어준 적이 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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