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지현의 '용기'를 외면하는 민주당

나주석 2022. 5. 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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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이고 천번이고 더 사과드립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10초간 고개를 숙인 대국민사과는 처절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정치권에 발을 디딘 26살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고 용기있게 사과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위원장 사과 이후에도 "이번 선거 역시 국민과 역사를 믿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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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백번이고 천번이고 더 사과드립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10초간 고개를 숙인 대국민사과는 처절했다. 큰 선거를 앞두고 읍소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습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박 위원장의 사과는 달랐다.

큰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읍소 전략은 통상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신 그는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다"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핵심 지지층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주체도 달랐다. 읍소 전략은 책임이 있는 이들이 꺼내는 전략인 데 반해 박 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긴급 수혈한 일종의 외부 인사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는 사람 따로, 사과하는 사람 따로라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용기 있는 말"(박용진 의원) 등의 호응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당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안다"고 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지점에 신중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독단적 행보라는 시각이 팽배한 모습이다.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희망적 메시지 담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본인 생각을 다시 말한 것 같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었고, 전략적 고민이 빠진 행보였다는 시각이 팽배해다. 민주당 수뇌부는 목전에 큰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비판하는 박 위원장의 발언에 불만을 드러냈고 비판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당의 주류인 86세대 용퇴론 등도 거론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는 듯하다. 권리당원들 사이에서도 ‘내부 대포질’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단순히 박 위원장의 사과를 "내부총질", "개인 차원"으로 굳이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4년 전 지방선거와 달리 민주당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확연히 사라진 모습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정치권에 발을 디딘 26살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고 용기있게 사과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진정성을 외면하고 있다.

박 위원자은 내부총질 비판에 대해 ‘괴롭다’는 심경을 여러차례 토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기가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며 생각을 밝혔다. 그는 왜 싸우는 길을 택했을까. 답은 그의 대국민 사과문에 드러난다. 박 위원장은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제대로 기억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위원장 사과 이후에도 "이번 선거 역시 국민과 역사를 믿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지층 말고 지지를 고심하는 유권자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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