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정치화된 검찰
'코드 인사' 굳어진 검찰조직
편 갈라 싸우는 정치판 닮아
文정부 편향 인사 비판하더니
尹정부도 첫 인사에서 노골적
줄 세우기로 편향 논란 자초
공정·정치 중립적 인사 없이는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 불가능
문재인정부에서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다 밉보여 한직으로 밀려났던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무더기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예상은 했었지만 훨씬 더 노골적인 ‘친윤’ 검사 챙기기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최측근 장관과 ‘친윤’ 검사들을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해 검찰 직할체제를 구축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그다지 무리해 보이지 않는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이번 인사를 우려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능력과 공정에 대한 소신을 기준으로 인사했다”고 답했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 내부에서도 특수통과 측근들을 과도하게 챙긴 편향 인사라는 지적이 있는 걸 보면 동의하기 어렵다. 한 장관은 정치검사가 출세한 것도 “지난 3년이 가장 심했다”고 했는데 이번 인사를 보니 윤석열정부도 피장파장인 것 같다.
검찰의 정치화는 문재인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전에도 검찰의 편향성이 지적을 받은 적이 많았지만 그런 경향은 지난 정부에서 더 노골화됐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이 초기에 이전 정부 ‘적폐 청산’ 수사에서 성과를 내자 칭찬을 아끼지 않더니 중반을 지나며 조국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을 정조준하자 ‘윤석열 검찰’에 대한 견제로 돌아섰다. ‘친윤’ 검사들은 줄줄이 한직으로 내치고 정권에 우호적인 검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인사권을 앞세워 검찰을 길들이려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검찰 조직은 두 쪽이 났고 ‘친문’과 ‘친윤’으로 갈려 서로 으르렁대는 상황이 연출됐다.
정권과 뜻이 맞는 ‘코드 인사’들이 정부와 공공기관 고위직에 임명되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법 집행 기관인 검찰의 인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정책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라 범법자 단죄를 통해 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법 집행의 신뢰를 높이려면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인사를 통해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력과 검찰의 관계는 구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 인사를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더니 집권하고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친문’ 검사들이 맡았던 요직을 ‘친윤’ 검사들로 갈아 끼운 게 고작이다. 이전 정권과 척졌던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 이런 인사는 검찰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전 정부에도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을 맡아 인사를 좌지우지했지만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직전까지 검찰에 몸담았던 한 장관의 검찰 장악력은 훨씬 더 클 게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이원석 대검 차장은 23일 첫 출근길에 “전력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 축소되는 오는 9월 전에 권력형 수사에 집중해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일 텐데 수사의 칼날이 어디로 집중될까. 살아 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을 가리지 않는,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검찰의 정치화는 정치권력의 탓도 있지만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 그것도 증거를 조작해 무고한 시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사건의 담당 검사와 지휘 라인에 있던 검사들이 퇴출되기는커녕 오히려 승승장구해 온 조직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정치적 수사를 밑천 삼아 정치권에 줄을 대고 요직을 차지하다가 퇴직 후엔 정계로 달려간 이들이 부지기수다.
정치화된 검찰을 본연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 일이 요원해 보인다. 정치권력에 줄 세우지 않는 공정한 인사가 그 첫걸음일 텐데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이를 외면하고 있으니, 참담할 따름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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