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깜짝 실적에 '계획된 적자' 마침표 찍나

노승욱 2022. 5. 2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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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1978년생/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 2010년 쿠팡 창업/ 쿠팡Inc 이사회 의장(현)
“각종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에서 계속 흑자를 기록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회사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지난 5월 12일 쿠팡의 1분기 실적 발표 투자자 콘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44)이 한 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흑자’라는 단어를 세 차례나 언급하며 수익성 개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10년 가까이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해온 ‘고난의 행군’의 마침표를 찍으려는 것일까?

1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나타난 것이 계기가 됐다. 쿠팡은 올 1분기 매출 51억1668만달러(약 6조5200억원), 영업손실 2억570만달러(약 2621억원)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로는 역대 최대이고 전년 동기(42억686만달러·약 5조3600억원) 대비로도 21.6% 늘었다. 반면 손실폭은 같은 기간 23% 줄었다. 쿠팡의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 등 제품 커머스 부문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가 287만달러(약 36억원)로 처음으로 흑자를 낸 덕분이다.

그동안 ‘계획된 적자’를 외치며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해온 김범석 의장과 쿠팡에 대해서도 다시 시선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손정의도 반한 ‘韓 제프 베이조스’

▷일본·대만서 MFC 신사업 진두지휘

김범석 의장은 1978년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인 1998년 시사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3년 만에 뉴스위크에 매각하는 등 일찌감치 사업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2년간 근무하며 각종 경영 이론과 사례를 익히기도 했다.

2010년 한국에 돌아와 쿠팡을 창업했을 때는 티몬, 위메프처럼 소셜커머스 기업을 표방했다. 그러나 롤모델이었던 미국 그루폰이 휘청이자 아마존 모델로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2014년 업계 최초로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익일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전대미문의 경영 실험을 시작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으로부터 조 단위 투자를 유치하며 스타트업의 기린아로 급부상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는 ‘2019년 가장 창의적인 인물 100인’에 김범석 의장을 선정하며 “한국의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 겸 대표)”라고 소개했다.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김범석 의장의 확장 본능은 계속됐다. 쿠팡 외에도 쿠팡이츠(배달앱), 쿠팡이츠마트(퀵커머스), 쿠팡플레이(OTT), 쿠팡페이(간편결제) 등 끊임없이 신사업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직접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에서 도심형 물류센터(MFC) 사업을 테스트하는 작업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회성 호실적일까, 지속될까

▷오미크론 영향 감안…2분기 실적 봐야

쿠팡의 호실적을 두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일단 주가 흐름은 긍정적이다. 한때 9달러대까지 떨어져 ‘동전주’를 목전에 뒀던 쿠팡 주가는 실적 발표 후 13달러대까지 급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세계 증시가 약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폭이다. 나스닥이 5%대로 폭락하며 2년 만의 ‘검은 수요일’을 연출했던 5월 18일(미국 시간)에도 쿠팡은 0.84%만 하락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지 일주일이 지난 5월 19일까지도 쿠팡에 대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하나도 나온 게 없다. 최근 주가 반등세가 상당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3분의 1 수준이어서 좀 더 지켜보자는 ‘전략적 침묵’의 의미로 읽힌다.

실제 쿠팡이 공개한 재무제표를 보면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신호가 교차한다.

전자는 제품 커머스 부문에서 매출총이익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21.6%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에서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쿠팡이 강조해온 ‘규모의 경제’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의장도 “주로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공급망 최적화 등에 따라 매출총이익을 1년 전보다 42% 개선할 수 있었다”며 “분기마다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계속해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신사업 부문도 좋아졌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9.7% 늘고 조정EBITDA 손실 규모는 41.3% 감소했다. 올 2월부터 쿠팡이츠 요금제를 개편하며 주문 건당 1000원 이상 수수료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쿠팡의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 월 이용료도 기존 고객 대상으로 6월부터 2900원에서 4900원으로 인상, 2분기부터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1분기에 급증한 로켓프레시 등 신사업 분야에서 고객 침투율을 높일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

김 의장은 “로켓프레시를 이용하는 고객 수는 1분기에 50%나 증가했다”며 “하지만 쿠팡의 활성 이용자 가운데 35%만이 로켓프레시를 사용했으며 이는 앞으로 중요한 기회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재무제표에서 부정적 신호도 감지된다.

우선 쿠팡의 활성 이용자(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구매한 이력이 있는 고객) 증가세가 예전 같지 않다.

쿠팡에 따르면 올 1분기 활성 이용자는 1811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3% 늘었다. 그러나 20%대에 달했던 분기별 증가율은 처음으로 10% 초반대로 급락했다. 특히,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0.98%에 그친다. 고객당 평균 주문금액(객단가)은 283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262달러) 대비로는 8%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제자리걸음을 했다. 활성 이용자 수와 객단가 상승세가 꺾이면 매출 성장도 정체될 수 있다.

무엇보다 쿠팡의 호실적이 지속 가능한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올 1분기는 오미크론이 맹위를 떨치며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엔데믹’으로 접어든 2분기 이후에는 이커머스 산업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세계 증시를 파랗게 질리게 만들고 있는 인플레이션도 악재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운송비, 인건비, 제품 원가 상승으로 월마트, 타겟 등 소매업체 이익이 급감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타겟은 인플레이션 영향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연간 영업이익률 예상치를 기존 8%에서 6%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 2019년에도 매출이 급증하고 영업손실은 감소해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손실폭이 늘어나며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분기 단위 실적만 갖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금리 인상, 엔데믹 등 사업 환경 변화 속에서 향후 쿠팡이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한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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