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 지적에..尹 "정신 번쩍 들었다, 女기회 부여할 것"
취임 2주가 지난 윤석열 대통령과 떠나는 국회 의장단 간의 24일 접견 및 만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인을 받는 풍경이 펼쳐질 정도였다.
사연은 이렇다. 이날 오후 5시 50분쯤, 박 의장을 비롯해 정진석ㆍ김상희 부의장 등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은 윤 대통령과의 저녁 식사에 앞서 서울 용산구의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박 의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 당시 박 의장과 바이든 대통령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윤 대통령과 박 의장 및 여야 지도부가 함께 찍은 사진 등 2장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로 준비했다.
이에 액자를 받아든 박 의장이 “사인을 받아도 되겠는데요”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제가 하나 드릴까요?”라며 유성펜으로 액자 하단 틀에 ‘2022.5.24 윤석열 드림’이라고 적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 부의장은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이진복 정무수석이 “대통령께서 의장님 ‘그날’ 모시라고 안 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뻔했다”며 불쑥 끼어들었다. 이 수석이 말한 ‘그날’은 지난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환영 만찬을 지칭한 것이다. 박 의장은 ‘그날’ 윤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등과 헤드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했는데, 박 의장은 원래 만찬 참석 멤버가 아니었다는 게 이 수석의 설명이다.
당시 상황은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2일) 아침에 전화드려서 ‘어제 총리 인준 감사하다’ ‘이따가 저녁에 뵙겠다’라고 했더니, (박 의장이) ‘저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환영만찬은 국빈만찬이 아닌 공식만찬이라 당초 국회의장은 참석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김대기 비서실장의 설명이다.
이에 박 의장은 “정무수석이 (와 달라고) 전화가 와서 제가 ‘아이, 오늘 저녁 약속도 있고 안 가는 거로 하겠다. 감사의 말씀만 전해 주십시오’ 했더니 안 된다고 그랬다”며 만찬 참석 경위를 설명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외교부에 (박 의장을 초청 안 했다고) 뭐라고 하니까, 아마 외교부 의전장이 직접 의장님을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만찬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내가 바이든 대통령한테 ‘상원 의원 얼마나 했냐’고 했더니 윤 대통령께서 ‘상원의원 36년하고, 부통령 8년 했다’고 하셨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나한테 ‘얼마나 (의원을) 했냐’고 하길래 ‘22년’이라고 했더니 웃더라. 한국에선 제일 오래 했는데, 바이든이나 미국 기준에선 주니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제가 ‘중학교 다닐 때 포드 대통령이 한국에 오셔서 우리가 김포공항 도로변에 나가서 환영한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포드 때부터 상원의원이었다’고 했다. 제가 국민학교 6학년 때 이 분이 벌써 상원의원이 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 부여…시야가 좁았다"
이날 접견에서 덕담만 오간 것은 아니다. 의장단은 뼈 있는 조언도 했다. 김 부의장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젠더 갈등”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초대 내각 여성 인선 저조 등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 데 그중 여성이 있었다”며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윤 대통령과 의장단은 대통령실 일부 층을 함께 둘러봤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지하 1층을 지나갈 때 윤 대통령은 “여기서 아침마다 기자들을 만난다.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지각한다고 할까 봐 늦게 올 수가 없다”며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할까 생각한다. 어떤 날은 예상한 질문이 나오고,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장이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그냥 지나간다”고 했다.
김기정기자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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