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파격' 버리고 '멜로' 택한 이유 [칸 리포트]

장수정 2022. 5.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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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인물 사이에 맺을 수 있는 여러 관계 중 인간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감정인 것 같다."
탕웨이 "실질적인 어려움은 물론 언어..하지만 학습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것도 재밌었다."

'멜로' 장르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의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24일 오전(현지시간) 칸 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 박해일, 탕웨이가 참석했다.


ⓒCJ ENM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의 네 번째 칸 진출작이기도 한 '헤어질 결심'은 전날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첫 상영됐다. 약 8분여간의 기립박수와 함께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번 영화는 형사와 용의자의 로맨스를 박찬욱 감독만의 개성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날 박 감독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의미에 대해 "개인의 생활이나 삶의 한 부분을 영화의 소재로 사용하는 타입의 감독은 아니다. 그런 감독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얼마나 담겼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인물 사이에 맺을 수 있는 여러 관계 중 인간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감정인 것 같다. 그 개인이, 인간이라는 종족이 무엇인지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관계의 유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사와 용의자 관계를 그려낸 것에 대해선 "형사와 용의자가 맺는 관계에서 질문과 답변을 한다. 특이하게 용의자가 형사에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눈빛의 교환도 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또 밥을 먹고 나서 격리하면서도 친절한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몰래 숨어서 훔쳐보는 것. 훔쳐보는 것은 형사니까 정당화되는 것이지 사실 어떻게 보면 스토킹과도 비슷하다"라면서 "하지만 서래는 그것을 불쾌해하기보다는 밤새 나를 지켜주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이한 감정 상태다. 형사와 용의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특정한 어떤 사람들과 특정 순간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호감을 가지고, 발전을 하고 밀당을 하고, 또 유혹하고 유혹을 거부하고 이런 모든 것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은 그간의 박 감독 작품들과 달리, 적나라한 폭력 또는 선정적인 장면은 담기지 않았다. '파격'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줘 주목을 받은 박 감독은 이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안 한 것이다. 기획을 할 때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을 때 엄청난 장면이 나오는 것이냐고 하더라. 이런 기대를 가지는구나 싶더라. 그래서 반대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에 등장하는 일부 액션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올드보이' 때문에 액션 전문처럼 알려져 있는데, 무술감독이 들으면 웃을 것이다.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데, 이왕 하려면 잘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세상에는 액션을 잘 찍는 감독들이 많다. 다르게 하는 수밖에 없겠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교하게 힘이 느껴지게 하는 방향보다는 어떻게 하면 조금 다르게 하고,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액션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올드보이'도 나오고, '헤어질 결심'에서의 장면도 나오는 것이다. 멋있는 액션이 아닌, 드라마에 어울리는 최적의 액션,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액션을 하려고 했다"고 신경을 쓴 부분을 밝혔다.


배우들은 박 감독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탕웨이는 "한국 감독님과 작업한 건 처음은 아니었지만 박 감독님과 함께한 경험은 최고"라며 "현장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 보호를 해주시는 감독님이다. 모든 스태프와 연기자들을 편안하게 해 주신다. 보호를 받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의 정말 큰 팬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면을 사랑하고 있다. 정말 굉장한 일을 하시고, 서래 같은 인물도 선사해주셨다"라며 "내가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었다. 어제 저녁에 끝나고 나서. '너무 감사합니다 감독님. 내 삶을 어떻게 보면 완전하게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이 문장 하나로 박 감독님과 일한 것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극 중 한국어 대사를 소화했던 탕웨이는 촬영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다. 어려워도 너무 기뻤던 점들만 있다"면서 "실질적인 어려움은 물론 언어였다. 내가 한국말을 못 하기 때문에. 하지만 학습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것도 재밌었다. 처음에는 언어가 힘들었다. 세 사람이 모두 번역기를 준비를 해갔었다. 처음에는 재밌었다가, 나중에는 필요 없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잘해보자는 마 음이 있었다. 도전이라 하자면, 박찬욱 감독님이라는 새로운 작품 안에서 나라는 배우가 잘 섞여보자는 게 도전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해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감독님과 만나 30분 정도를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나는 형사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 보통 남자들은 형사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 한다. '살인의 추억' 때의 범인 이미지가 강해, 이번에 형사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구현하고자 하는 형사의 캐릭터가 신선했다. 거칠고 폭력적인 형사가 많은데,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깔끔하고 청결한 느낌, 최대한 폭력을 안쓰면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태도가 자연인으로서는 굉장히 해보고 싶었다. 그런 형사도 많이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인물들의 감정의 파고가 극의 원동력이 되는 이 영화에서 섬세한 감정들을 표현한 배우들은 이 부분에 대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박해일은 "육체적인 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면, 감독님이 좋은 그림을 만들어주신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다. 다만 감독님의 그림 안에서 장해준이라는 인물의 감성을 나를 통해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결국에는 서래와 호흡하는 와중에 감정에 집중을 하는 게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의 수상 여부는 오는 28일 진행되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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