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행 '사건 무마 논란' 경찰 "판례 참조해 처리했을 뿐"

김수민 2022. 5. 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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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내사 종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이 외압을 받은 적이 없고 비슷한 사건들도 내사 종결 처리했다고 진술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차관의 공판을 열었다.

이 전 차관이 변호사 시절이던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한 이 사건은 발생 직후 경찰에서 내사 종결돼 논란이 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시 기사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후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됐고, 폭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찰의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차관에게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일부러 적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이후 시민단체의 고발로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은 이 사건을 처리한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 A 전 경사에 특수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적용해 이 전 차관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날 A 전 경사는 3개월 전에도 비슷한 사건을 ‘운전자폭행죄’가 아닌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지었기 때문에, 이 전 차관 사건에서도 “택시 기사의 운행의사를 엄격히 따져봤을 뿐 외압에 의하거나 이 전 차관의 신분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학생 커플이 일행의 하차로 일시 정차한 택시에서 기사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에서 택시기사가 계속적 운행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로 보고, 죄명을 ‘운전자폭행죄’에서 ‘단순 폭행죄’로 변경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그가 참고한 대구고법 판례는 자동차가 일시정지 상태라도 운전자가 계속적인 운행 의사가 없는 경우엔 ‘운전자 폭행죄’ 성립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前 서초서 경찰관 “경찰 이미지 떨어질까봐…”


검찰은 A 전 경사에게 “언론에 해당 사건이 보도된 이후 경찰이 부당하게 내사 종결한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라며 “그 이후로도 한달 동안 블랙박스 폭행 영상을 본 사실을 내부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A 전 경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얘기가 많이 있던 때였고 ‘정인이 사건’ 등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에 완전히 떨어져 저마저도 그렇게 될까 두려웠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또 “블랙박스가 내사보고서 결과를 뒤집을만한 주요 증거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보고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도 말했다.

당시 A 전 경사는 해임되고, 형사과장‧형사팀장은 정직, 서초서장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에 이날 재판에서는 이 사건 이후 직장을 잃고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에 “A 전 경사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맞다면 ‘작성된 보고서를 고치지 않은 것에 불과할 뿐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증거 조사를 마치고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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