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년간 450조 투자·8만 명 고용 "국가·국민과 함께한다는 신호"

최은경 2022. 5. 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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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450조원을 투자하고, 8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압도적인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 가운데 360조원(80%)은 국내 투자액이다. 새 정부의 친시장 기조에 호응하고, 과감한 선제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4일 ‘역동적 혁신 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으로 5개년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지 나흘 만에 나온 투자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신성장 정보기술(IT)에 집중 투자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 육성이 골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바이든 대통령 평택 방문 4일 만에 발표


삼성은 지난해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직후 향후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국내 180조원)하고, 4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 내용은 반도체와 바이오, 인공지능(AI)·차세대 통신 등으로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삼성 측은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앞으로 5년은 한국 경제의 발전과 쇠락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삼성이 한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하면서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반도체 분야에서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해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경쟁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세계 최초=삼성’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삼성은 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미터) D램 양산, 멀티 레이어 공정 등으로 D램 시장에서 1위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중앙일보 강정현 기자]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에 ‘역대급’ 투자


고성능·저전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초고속 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4차산업혁명 구현에 필수인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와 센서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인텔(중앙처리장치·CPU)과 엔비디아(그래픽처리장치·GPU), 퀄컴(시스템온칩·SoC), 소니(이미지센서) 등 각 분야의 강자가 포진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공격적 투자와 R&D로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강조한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특히 AP가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그 분야의 인력과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 이하 제품을 올 상반기에 양산해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를 급속도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메모리는 기술뿐 아니라 생산량, 점유율에서도 세계 1위를 공고히 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의 국내 투자도 늘리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오대일 기자]


바이오 분야의 투자도 이어간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투자를 늘려 글로벌 1위를 굳히고,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중심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쓰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생산량은 2위 업체의 1.5배인 62만L로 늘어날 전망이다.

AI와 6세대(6G) 통신 등 차세대 기술에서도 초격차 혁신을 노린다. 세계 7개 지역의 글로벌 AI 센터에서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미래기술 육성사업으로 국내 신진 연구자들의 AI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반도체·바이오 등 핵심 사업과 신성장 IT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며 “사업 성공이 국민 소득 증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삼성은 향후 5년간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대되는 고용 유발 인원은 107만 명에 이른다. 삼성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AFFY), 교육환경이 열악한 중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드림클래스’ 등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지속한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삼성전자]


중소기업 육성 방안도 내놨다. 이를 위해 맞춤형 지원 등으로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상생·물대펀드와 협력사 인센티브 확대로 협력사의 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 등 산학협력으로 기초과학, 원천기술 R&D 지원도 늘린다.

서울 강남구 '삼성청년SW아카데미' 서울 캠퍼스에서 SSAFY 6기 교육생이 SW 개발 프로젝트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 준비해야”


이 부회장은 과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다. 한계에 부딪혔다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자”(2020년 차세대 기술간담회)며 위기 속 기회를 강조해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시장 구축과 정세 변화에 따른 최첨단 산업의 변화를 신속하게 수용하고,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우면서 제시된 투자 방안으로 보인다”며 “특히 8만 명 신규 고용은 엄청난 투자다. 국가·국민과 함께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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