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증시..공포에 베팅? VIX·인버스 단기 헤지 수단으론 OK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간다. 5월 19일 코스피지수는 2592.34에 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13.26%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16.77%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봐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S&P500지수는 연초 4700대에서 움직였으나 5월 중순 4000 밑으로 내려앉았다. 유럽 유로스톡스5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다른 지역 주요 지수도 올 들어 5월 18일까지 10%를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등 시점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많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월 17일 파월 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물가 상승률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볼 때까지 우리는 금리 인상을 계속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준이 5월에 이어 6월과 7월에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에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성향이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공포에 베팅하는 상품을 담는 전략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에 연동된 VIX ETF·ETN과 인버스 펀드·ETF는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대표 상품이다.
▶변동성지수 30 넘어섰다
▷관련 ETN은 40% 가까이 수익
VIX는 S&P500지수 풋옵션과 콜옵션 가격을 토대로 산정하는 지수다.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면 오르고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룰 때에는 하락해 공포지수라 불리기도 한다. 통상 주식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 압력 등 악재가 이어진 탓에 VIX는 연중 저점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1월 초 20 밑에서 움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직후인 3월 7일 36.45까지 오르며 연중 고점을 찍었다. 이후 4월 초에는 20 아래로 내려갔으나 5월 18일 기준 30.96까지 다시 뛰었다. VIX가 뛰며 이 지수와 연동된 상품 수익률 역시 고공행진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VIX 관련 상품은 3개다. ‘신한 S&P500 VIX S/T 선물 ETN’ ‘QV S&P500 VIX S/T 선물 ETN’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세 상품은 연초 이후 각각 수익률 37.14%, 37.13%, 27.02%를 기록했다(5월 16일 기준). 세 상품 모두 S&P다우존스인디시즈가 만든 VIX 단기선물지수를 따른다. 단 신한 S&P500 VIX S/T 선물 ETN과 QV S&P500 VIX S/T 선물 ETN은 환노출형인 반면 삼성 S&P500 VIX S/T 선물 ETN은 환헤지형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에 상장된 상품으로는 ‘ProShares VIX Short-Term Futures ETF(VIXY)’ ‘ProShares Ultra Short-Term Futures ETF(UVXY)’ ‘iPath Series B S&P 500 Vix Short-Term Futures ETN(VXX)’ 등이 있다. 셋 역시 S&P 500 VIX 단기선물지수 변동폭을 따르도록 설계됐다. UVXY는 지수 변동성의 1.5배를 추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상품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해외 주식 직구족은 UVXY 약 1억2000만달러어치를 매수했다. 이 밖에 S&P 500 VIX 중기선물지수를 따르는 상품으로는 ‘ProShares VIX Mid-Term Futures ETF(VIXM)’와 ‘iPath Series B S&P 500 VIX Mid-Term Futures ETN(VXZ)’이 있다.
▶인버스·곱버스도 관심 모아
▷위험 분산용 단기 투자가 적합
인버스 펀드·ETF는 투자 대상 지수가 1% 내리면 1% 수익이 나도록 설계됐다. 지수가 1% 빠질 때 2% 수익을 내는 ‘곱버스’ 상품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수 하락폭의 세 배를 추종하는 상품도 판매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인버스 상품은 올 들어 5월 16일까지 평균 수익률 18.29%를 기록했다. 개별 상품을 들여다보면 더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이 여럿이다.
연초 이후 가장 빼어난 성과를 낸 상품은 ‘KODEX 미국나스닥100인버스’. 수익률 32.75%를 기록했다. 나스닥100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ETF다. 미국 장기채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2배 수익이 발생하는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가 수익률 28.55%로 뒤를 이었다. 미국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또 다른 ETF인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 중국과 대만, 인도, 브라질 등으로 구성된 MSCI 신흥국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ARIRANG 신흥국MSCI인버스’도 상위권에 들었다. 각각 올 들어 22.18%, 19.87%의 수익을 안겼다.
국내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상품 중에서는 ‘코리아2배인버스레버리지’ ‘TIGER 200선물인버스2X’ ‘ARIRANG 200선물인버스2X’가 성과가 좋다. 연초부터 5월 16일까지 각각 수익률 26.13%, 25.2%, 25.14%를 기록했다. 세 상품 모두 코스피200선물지수 하락폭의 두 배 수익을 낸다. ‘KODEX 코스닥150인버스’ ‘KOSEF 코스닥150선물인버스’ ‘TIGER 코스닥150인버스’ 등 코스닥150선물지수를 역으로 따르는 상품도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에 상장된 상품 중에서는 ‘ProShares UltraPro Short QQQ (SQQQ)’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다. 나스닥100지수 일일 하락폭의 3배를 추구하는 상품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는 이 상품을 8억640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전체 해외 주식 종목 중 매수 금액이 4번째로 크다.
VIX ETN·ETF, 인버스 펀드·ETF 등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품은 장기 투자보다는 시장이 불안할 때 단기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증시가 명확한 방향성 없이 움직이는 박스권에 들어서거나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하면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된다. 대세 하락장이 마무리될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매도하는 과감함이 필수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버스 상품은 횡보하는 시장보다 추세가 확실한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변동성이 크면 손실이 늘어난다.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방향성 매매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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