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같고, 현대 추상화 같다..도자 조각으로 완성한 이 그림

이은주 입력 2022. 5. 24. 12:41 수정 2022. 5. 2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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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두석 도조화 전
서울 경인미술관, 25일부터
"삶의 흔적 엮는 마음으로"
김두석, 시그널,91X65 cm, 백토, 갑발소성, 아크릴 ,800℃.[사진 경인미술관]
김두석, 시그널, 53X73cm , 무안적토 화장토, 무유소성,1300 ℃.[사진 경인미술관]
김두석, 시그널, 21/81x112cm, 무안적토 화장토, 무유소성, 1300 ℃[사진 경인미술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

도조화(陶彫畵) 작업을 하는 김두석(54·장산요 대표) 작가는 작업하며 『삼국사기』에 나왔던 이 문구를 항상 마음에 새긴다. 그가 만들고 싶은 도자에 대한 얘기가 이 짧은 문장에 담겨 있어서다. 그의 도조화 전시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1전시관에서 25일 개막한다. 도조화는 3차원의 도자 조형을 2차원의 회화로 표현한 작품으로 도자기, 회화, 부조의 부분을 담았으나 어느 한쪽으로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새로운 미술 장르다. 김두석은 이번 전시에서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의 색을 담은 김두석의 작품은 고구려 고분벽화 석채(돌가루 물감)와 경주 남산 불상군의 자유스러운 입체감, 그리고 전통적인 돌담의 평안함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땅의 색을 담은 수천 개의 도자 편을 퍼즐처럼 조합해 작품을 완성한다. 흙판을 만들고 말려서 쪼개거나, 화장토를 바르고 말린 뒤 날카로운 도구로 스크래치를 내고 손으로 쪼개 작업한다. 가마에서 2박 3일 불을 때는데, 수많은 도자기 조각은 가마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김 작가는 "흙은 저마다 다른 색을 가졌다. 작품은 각기 색이 다른 흙을 섞는 데서 시작한다"며 "항상 먼저 머릿속에 작품을 구상하고 도자기 조각을 만들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작품은 흙과 불이 함께 만들어낸다"고

이전에 시작한 '지수화풍(地水火風 )' 연작이 기와를 구워내는 방법으로 도자기에 연기를 입혀 만들어졌다면, 신작인 '시그널'은 마치 수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간 보도블록처럼 표면에 거친 질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그렇게 불을 견디고 나온 도자기 조각들은 다시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됐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바닥 돌에 난 수많은 상처는 고달픈 삶을 살아낸 우리의 흔적으로, 이것을 도자편 하나하나에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두석, 지수화풍 , 65X91cm, 무안적토,갑발소성, 800℃.[사진 경인미술관]

전남 무안에서 작업하는 김두석은 도자기에서 도자 조형, 도자기 회화로 나아가며 작품 세계를 넓혀 왔다. 그는 "도조화를 완성하기 위해선 도자를 빚고 굽는 기술부터 회화의 조형 감각까지 모두 필요하다. 물레를 돌려 작업하는 도자기보다 스케일 표현이 자유로운 것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또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지만, 내가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다 합쳐 펼쳐볼 수 있어 자꾸 새로운 것을 도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평론가 김대호 교수(순천대)는 "도조화가 국제 미술시장에 진출할 경우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도자 예술과 현대미술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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