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에 디레버리징 시작되나..가계빚 9년 만에 감소
줄곧 늘기만 했던 가계 빚이 올해 1분기 들어 6000억원 줄어들었다. 가계 빚이 줄어든 건 2013년 1분기 이후 9년 만이다. 가계빚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을 뺀 가계대출은 1조5000억원이 줄며 통계 편제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치솟은 대출금리와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의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는 6000억원 감소했다. 가계 신용이 줄어든 건 2013년 1분기(-9000억원) 이후 9년 만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94조8000억원(5.4%)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170조9000억원(10.4%)으로 2003년 통계 작성 후 최대로 늘어난 뒤 3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 구매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가계가 진 빚을 나타낸다.
가계대출(1752조7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1조5000억원이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건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처음이다. 가계대출 감소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기타대출(762조9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9조6000억원이 줄었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말(-900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주택담보대출(989조8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8조1000억원 늘었다. 다만 주택거래감소 등으로 전 분기(12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감소했다.
가계대출 감소는 대출금리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정부의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 빚은 그동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없이 줄곧 늘어왔다.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 빚은 그에 맞춰 늘어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증가 속도였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2017년 말 83.8%에서 지난해 말 106.1%까지 올랐다. 코로나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데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암호화페 등에 투자한 '빚투' 열풍이 맞물려서다.
이렇게 불어난 가계대출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높인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가 감당해야 할 이자 비용이 늘어 소비가 줄어드는 데다, 경기 침체 등 외부 충격으로 대출이 부실화할 수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대출자 1인당 이자 부담은 16만1000원씩 늘어난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인상했다. 금융권은 한은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 1.5→1.75%)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향후에도 가계 부채 감소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줄어들다가 지난 4월 1조2000억원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중 은행이 우대금리를 늘려 대출금리를 내리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결과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도 변수다.
한은 송재창 금융통계팀장은 “4월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금융기관의 대출 완화 노력 영향 등으로 소폭 증가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향후에 대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도 있고 주택매매도 당분간 활발하지 않을 듯해 앞으로 가계부채 감소세가 이어질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한국 가계부채는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판매신용(106조7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5조2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이 반영됐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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