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왕복 항공권 330만원 찍었다..'땡처리'도 안보이는 이유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7월 인천-뉴욕 노선 왕복 항공권 가격은 330만원(대한항공 기준)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100만원 이상 뛴 것이다. 유럽 노선도 비슷한 상황이다. 7월 인천-파리 주말 출발 노선은 300만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올해 여름 휴가로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급등한 항공권 가격에 놀라 여행 계획을 접었다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항공권 가격이 치솟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항공업계는 “공급 부족이 항공권 고가행진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운항은 코로나 사태 직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줄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직전 국제선 110개 노선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38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코로나 사태 전에는 72개 노선을 운항했으나 현재는 28개 노선만 운영하는 중이다. 양사의 노선 기준 운항률은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34~38% 수준에 불과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항공사 입장에선 저렴한 티켓을 많이 내놓을 필요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저렴한 티켓은 안 보이고 고가의 티켓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선 확대 계획, 방역 당국 규제에 막혀”
항공사는 국제선 확대 계획을 마련해 놨지만 방역 당국 규제에 막혀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기편 노선을 재개하려면 국토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는 방역 당국의 입김이 강해 노선을 획기적으로 늘리진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항 운영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2년 넘게 코로나 적자가 쌓이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도 항공편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서다. 국제선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하는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공항도 방역 규제에 꽁꽁 묶여있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항공기 착륙이 금지돼 있다. 이른바 커퓨(비행금지 시간) 규제다. 그동안 인천공항에는 커퓨가 없었으나 방역 목적으로 2020년 4월부터 도입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세계 공항 중에서 방역 목적으로 커퓨를 시행하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공항의 운항편 공급력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인천공항의 항공 운항편 공급력 회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같은 기간 유럽은 운항편 공급력 회복이 323%를 기록했고 아프리카도 93%를 찍었다”며 “아프리카보다 회복률이 낮다”고 말했다. 해외 입국자 격리면제 조치 이후 인천공항 여객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일평균 여객은 2~3만명에 그친다. 코로나 사태 직전과 비교하면 10~15%에 불과해 항공산업 정상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항공사와 공항 운영사는 방역 규제를 풀어야 항공권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직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된 건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재로썬 항공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공급확대”라고 말했다. 이어 “좌석이 남으면 자연스럽게 땡처리 표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 등이 싱가포르와 일본 노선 운항 재개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수준으로 국제선 좌석이 공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좌석수 늘리려 운항 정지했던 A380 투입 계획도
이와 별도로 일부 항공사는 항공 수요 급증에 대비해 여객기 기종을 변경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운항이 중단됐던 A380 재투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미국 동부지점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0월 말까지 인천과 뉴욕을 오가는 항공편은 기존 보잉777-300ER에서 A380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좌석은 56석에서 94석으로 이코노미는 226석에서 301석으로 늘어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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