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섹스 없다.."지루하죠" 박찬욱표 멜로에 칸 기립박수
폭력, 섹스 없이 가슴을 찢어놓는 낭만적 비극과 함께 박찬욱 감독이 돌아왔다. 박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 ‘헤어질 결심’이 23일(현지 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상영에서 5분간의 기립박수와 함께 최초 공개됐다.
반듯한 성격의 형사 해준(박해일)은 깎아지른 암봉에서 추락사한 남자의 아내를 찾아갔다가, ‘서래’(탕웨이)란 이름의 중국인인 그녀에게 의심과 끌림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주말부부인 해준과 비밀이 많은 서래. 풀리지 않는 미제 살인 사건과 사랑의 미궁이 두 사람이 밀고 당기는 감정의 파고 속에 겹쳐진다. 박 감독이 ‘덕혜옹주’(2016) 연기를 눈여겨봤다는 박해일, 한국 멜로 ‘만추’(감독 김태용)에도 출연한 중국 배우 탕웨이가 박찬욱표 멜로에 기묘한 에너지를 더했다.
美 데드라인 "박찬욱 세계적 감독 만든 모든 것"
상영 후 박찬욱 감독이 “이렇게 길고,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말하자 장내엔 응원하듯 한층 열띤 박수가 쏟아졌다. 프랑스 매체 ‘르 휘가로’는 이날 “스릴러의 중심에 있는 비단결 같은 낭만주의”라 호평했고 영국 매체 가디언은 첩보영화 ‘색, 계’(2007)로 떠오른 탕웨이와 박해일의 “지적이고 생생한 호흡이 경이롭다”며 별 5개 만점을 줬다. 영국 ‘스크린데일리’는 “다른 종류의 경찰 영화”라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아가씨’의 기립박수 시간과 일치했지만 더 조용했다”고 다소 건조한 리뷰를 냈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처음 80분은 쉴 새 없고 섹시하고 똑똑하지만, 결말이 무심하고 인상 깊지 않다”면서도 “박찬욱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한 명으로 만드는 연기, 웃음, 모든 것을 확인하라”고 추천했다.
中 배우 탕웨이 한국말 문법부터 배워 열연
중국인인 서래의 서툰 한국말을 통해 오히려 최근 잘 쓰이지 않던 한국어 단어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대사도 많다. 촬영 전 장기간 한국말 문법부터 공부했다는 탕웨이의 섬세한 대사 표현이 돋보인다. 후배 형사 역할로 깜짝 출연한 코미디언 김신영을 비롯해 고경표‧박정민‧이학주‧정하담 등 젊은 배우들도 두루 활약했다.
전날 한국 취재진과 만난 박찬욱 감독은 “사랑만큼 중요하고, 인간성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경험은 드물다”면서 “자기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들의 로맨스”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또 “보다가 중간에 나간다거나 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나의 이전 영화들에 비하면 자극적인 영화는 아니”라며 “좀 미묘하게 관객한테 스며드는 그런 영화, 고전적인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은 한국 감독 중 홍상수 감독과 함께 공동 최다인 4번째 경쟁 부문 진출을 기록했다. 칸에 처음 초청된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6년 만의 칸 복귀 소감으로 “특별히 뭐 떨리거나 그렇지 않고 (코로나 시국 이후) 극장에서 트는 것이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톰 크루즈 에어쇼 후 조용한 칸…韓 영화 존재감
개막 일주일째를 맞은 칸영화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화제작이 드문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개막식(17일)에 화상 등장해 독재와 전쟁에 영화는 침묵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고, 이튿날에는 36년 만에 돌아온 속편 ‘탑건: 매버릭’ 주연 톰 크루즈의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과 함께 환영 의미를 담은 전투기 에어쇼를 선보여 주목받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에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헤어질 결심’과 나란히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자본 영화 ‘브로커’는 26일 공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 19일 ‘헌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칸에서 포문을 연 한국영화는 어느 해보다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공식 경쟁부문 2편을 비롯해 단편 경쟁 부문의 문수진 감독 애니메이션 ‘각질’, 비평가주간 폐막작인 정주리 감독, 배두나 주연의 ‘다음 소희’ 등 5편이 초청됐다. 한국말 영화로 넓히면 6편이다.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의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 데이비 추가 한국계 프랑스인 입양아의 한국 방문을 소재로 만든 ‘리턴 투 서울’까지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3년 만에 21일, 칸 현지에서 개최한 ‘K무비 나이트’ 행사엔 국내외 영화 관계자 400명 이상이 찾아왔다.
프랑스칸=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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