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에 그친 이재명 바람, 그마저도 묶은 계양의 덫
전국 지원 유세 계획했지만
지지율 고전에 지역구 집중
"민주당 실망" "대권주자 등판"
바닥민심도 '지지·비토' 팽팽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계양=권현지 기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정치적 활로를 찾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1 지방선거에서 전국을 누비며 민주당 선거전의 총사령관 겸 선봉장에 나서려 했지만, 인천 선거는 물론 후보로 출마한 계양을 선거 문제로 활동반경이 수도권으로 갇힌 모양새다. 이 위원장의 거취와 선거 이후 민주당 구심점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24일 계양을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이 후보 지지율은 경쟁후보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보다 뒤처지는 형국이다. 20~21일 경인일보 의뢰로 모노커뮤니케이션즈가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이 후보는 46.6% 지지율로 윤 후보(46.9%)보다 0.3%포인트 뒤졌다. 지난 16~17일 MBN 의뢰로 이 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50.8%로 윤 후보(40.9%)를 여유 있게 앞선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상황이 접전으로 나타나자 이 위원장은 여론조사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아침 6시 반부터 출근 인사를 하는데 현장의 반응은 그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결과와는 많이 다르다"며 열세로 나타난 최근 여론조사와 바닥민심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만 해도 열세로 나오는 여론조사에 대해 이 위원장은 "조사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하루 사이에 달라진 모습이다.
전날인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뒤엔 기자들과 만나 "이제부터는 수도권과 계양 지역구, 인천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역할을 수도권으로 한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김민석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계양을에서 이 후보 지지율과 관련해 "처음부터 일관됐고, 많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위원장 지지율이 흔들리는 이유로 타지 출신이라는 점과 계양을 이외 지역에 원정 유세에 다녔던 점, 국민의힘이 이 후보에 네거티브를 집중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당초 계양을 보궐선거를 치르며 전국 단위 선거 유세 지원에 나서려 했던 구상에 비췄을 때, 김 위원장의 설명은 상황이 다급해졌음을 방증한다.
계양을에서 확인한 바닥 민심도 심상찮았다. 스스로를 중도층이라고 밝힌 박모씨(57·인천 계산동)는 "5년 동안 민주당 정권에 너무 실망해서 이 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윤 후보 지지율이 많이 올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6)도 "이 후보가 될 것 같긴 하지만 송영길 후보(이 지역 전 국회의원)처럼 압도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후보의 계양을 출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인천 계산동에 거주하는 윤모씨(69)는 "선거에 나오려면 경기 성남에서 나오는 게 원칙"이라면서 "결국 수사 피하려고 출마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19·인천 계산동) 역시 "이 후보가 갑자기 성남이 아닌 계양으로 와서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시민들도 여전히 많았다. 자영업자 김영현씨(34·인천 계산동)는 "이 후보는 뭔가 하려고 하고 계양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투표를 한다면 이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진씨(44·인천 임학동) 역시 "그게(지역구) 뭐 그렇게 중요하겠나. 의사(윤 후보)가 국회의원 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럴 바엔 차라리 일 잘하는 사람이 낫다"고 했다.
유력 대권주자의 재등판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영현씨는 “이 후보는 대선 때도 나왔고 계속 언론에 노출돼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본다”고 했고, 인천 귤현동에 사는 조은숙씨(52) 역시 "이 후보로 인해 계양이 발전할 거라 생각해 더 좋게 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면서 "이 후보가 오지 않았다면 인천이 이렇게 TV에 많이 나왔겠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인천=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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