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부메랑 맞은 석화·물류..산업계 전방위 위기론
수혜받던 석유화학·물류
고유가 장기화에 이익훼손 우려
美·中·러 에너지 공급망 전쟁에
기업 물류비·생산비 부담
단기 아닌 고정 리스크 될수도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정동훈 기자]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지속되면서 수혜를 보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석유·화학과 같은 중화학과 항공·해운 등의 물류업종이다. 하지만 이들도 마냥 웃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유가에 오히려 이익 훼손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9.7달러(약 13만8000원) 수준으로 불과 5개월전인 12월 66.2달러(약 8만3300원)에서 약 65.5%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나프타 가격은 t당 669.5달러(약84만3200원)에서 910달러(약 114만6100원)로 35.9% 올랐다.
◆최대 수혜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고유가가 발목=고유가에 최대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던 석유화학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업계는 올해는 원자잿값 폭등, 수요 감소 등 여러 악재에 직면했다. 실적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실제 원유에서 뽑아내는 나프타 가격은 역대 최고점을 찍은 이후 널뛰는 중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섬유·고무 등 소재의 기초 원료가 되며 거의 모든 소비재에 나프타를 원료로 한 제품이 사용돼 석유화학 사업의 시작점으로 통한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사용하는 나프타 중 수입산 비중은 약 20%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23%가 러시아산이다.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제한으로 가격이 치솟았고 이는 고스란히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주요 석유 화학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20~80%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나프타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을 야기해 국내 업계에 부정적"이라며 "원재료 조달 차질 등으로 유럽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이 낮아질 경우 시장 내 공급 물량이 감소하며 국내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으나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양상이 짙어지면서 석유화학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항공, 해운 등을 비롯한 물류업체들은 아직까지는 공급망 대란에 따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시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업체인 HMM, 대한항공, 현대글로비스 등과 같은 업체들이 모두 1분기 사상 최대 혹은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통 화물운송 계약은 연간 등 장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재도 1분기와 같은 상황인데 큰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룸(화물공간)을 얻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내부 속사정을 살펴보면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급망 대란에 따른 고유가로 인해 기업들이 유류비나 운송비에 사용하는 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비용 부담도 함께 늘어나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1분기 3250억원이었던 유류비는 올해 1분기 6600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HMM은 2080억원에서 3329억원으로 뛰었다. 현대글로비스도 운반비와 선박운항비가 각각 7693억원과 2832억원에서 2조203억원과 3889억원으로 급증했다.
◆공급망 재편…산업계 전방위 압박 계속=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공급망 교란의 주기는 더욱 잦아지고 불확실성의 폭은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중국이 주도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일본 등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이 연이어 출범하며 역내 통상 규범 주도권을 쥐려는 주요국의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배타적인 공급망 재편이 잇따르면서 반발하는 러시아·중국과 미국 간의 에너지 공급망 전쟁은 ‘예고된 미래’라는 평가다. 높은 에너지 가격은 단기 기조가 아닌 기업의 고정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가전·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도 물류비·생산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공급망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현상인 만큼 각국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산업계에 전방위적인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무역망에서 안보 이슈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강력한 협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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