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찬스 막자고 정시 확대? 매우 위험한 접근"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엄창옥 대구시교육감 후보. |
ⓒ 조정훈 |
"대구시민들이 이곳으로 불러낸 것이다. 시민의 부름에 응답하겠다."
진보진영 지역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아 대구시교육감선거에 출마한 엄창옥 후보는 자신을 '시민후보'라고 칭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있던 그를 불러낸 주체는 현 대구교육에 문제의식을 느낀 시민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선을 노리는 강은희 대구교육감 후보를 두고 "교실 붕괴를 막지 못햐 교사의 자존심은 바닥을 치고 있다"고 평했다. 강 후보를 보수 후보로, 엄 후보를 진보 후보로 보는 세간의 평을 두고는 "교육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편식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지역사회학회장, 대구사회연구소 소장,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정신대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대구문화예술프리랜서협동조합 이사장, (사)전태일의 친구들 이사로 활동하는 엄 후보. 그는 "공교육을 통해 협력과 소통, 공감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지난 21일 선거사무소에서 진행한 엄 후보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엄창옥 대구시교육감 후보. |
ⓒ 엄창옥 선거사무소 |
- 출마를 고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교육감으로 내가 적합한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주위 교육전문가, 동료, 전직 교육원로들과 함께 대구교육을 바꿔야 한다면 누가 적합한지 논의해봤다. 잠들어 있는 대구교육을 깨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 대학교수 출신으로 교육감에 출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연구 주제는 청년 유출이었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일자리가 없어 청년 유출이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유·초·중·등 교육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점이다. 교육과정 전체가 지역과 무관하니까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거다. 결국 유·초·중등 교육이 지역밀착형 교육이 돼야 한다. 대구형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
- 주요 공약은 무엇인가.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교실에서 교사는 긍지를 갖고 학생은 즐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줄이려 한다. 동시에 학급당 학생 수를 20인 이하로 만들어 학생과 교사가 밀도 있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학생성장센터를 지청 수준으로 배치해 지원할 생각이다.
대구 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가 지역에 따라 교육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거다. 불균형이 심한 지역에 우선 지원해 대구의 어느 지역에서 교육받아도 충분한 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특정 지역에 학생이 몰리지 않도록 교육체제를 개혁하겠다.
마지막으로 대구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교육수도로 완성시킬 생각이다. 대구가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다. 대구에서 교육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도록 우리 지역의 젊은이들이 교육받기 위해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되도록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 가족,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전문가 등이 모여 대구교육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겠다."
- 강은희 교육감의 지난 4년을 평가한다면.
"강 후보가 교육감으로 있는 4년 동안 대구교육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은 교실의 붕괴를 막지 못했다. 교사의 자존감은 바닥이고 학부모들은 교육비 부담에 힘들어한다. 새로운 교육철학과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 강 후보는 보수교육감을 자처한다. 엄 후보는 진보교육감이라 불리는데.
"교육은 보수와 진보를 나눌 수 없을 뿐더러 이런 구분 자체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교육은 사회의 인격을 함양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구분해 특정 교육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편식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목표는 한 사람이 유·초·중등 교육을 통해 보편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보나 보수 후보라고 자신을 정의내리지 않는다."
- 강 후보가 보수교육감 정책연대에 참여하면서 '전교조 아웃(OUT)'을 외쳤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합법인데 '아웃'이라니... 말도 안 된다. 노동현장에서 특정 노조를 배척한다는 게 말이 되나. 노조는 함께 대화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할 파트너다. 전교조뿐 아니라 다른 노조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구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지난 19일 엄창옥 대구시교육감 후보가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학교운동부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 엄창옥 선거사무소 |
-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교육 부분만 놓고 보자면 우선 비대면 교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온라인 수업시스템을 구축하고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동시에 대면수업의 중요성·소중함도 확인한 시기다. 대면수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학습, 창의체험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창의체험 교육비는 전액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또 느린 학습자에게 대면수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다. 느린 학습자를 위해 전문교사를 확대 배치하고 학생들을 위한 '학생성장통합센터'를 학교현장까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조국 사태를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장관 자녀의 '스펙 쌓기' 논란, 지금은 사퇴한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부모 찬스' 논란이 있었다. 어떻게 보나.
"윤석열 정부가 정시 확대론을 언급했는데 부모찬스·스펙 쌓기 논란이 일어났을 때의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본다. 하지만 부모찬스를 막자고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정시 확대의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답은 부모찬스로 만든 스펙을 수시에 적용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 교육감을 선거로 뽑아도 교육자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교육자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교육부 중심의 톱다운 방식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교육자치를 위해서는 교사, 학급당 학생 수, 보조교사 등 인력배치 기준의 자율성이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해 교육자치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 학교 급식조리사, 여성노동자, 전직 교사 등의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구교육청이 이들과 얼마나 소통하지 않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와 학생이지만 원활한 교육을 위해 수많은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원만히 해결하지 않으면, 교실의 평화는 지켜지기 어렵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이 교육감 선거가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고 한다. 적은 관심으로는 대구교육을 바꿀 수 없다. 이번 교육감 선거를 주목해 달라. 대구교육의 변화를 위해 꼭 투표해 달라. 그것만이 대구교육을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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