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꿈꾸는 유통업계.."낡은 규제부터 풀어라"

김유리 2022. 5.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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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패러다임 전환
규제가 변화 못 따라가
美·유럽 등 해외서도 완화 무게
"이제는 손볼 때"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계 패러다임 전환에도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업계를 둘러싼 규제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유통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현실을 반영한 새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주류·외식·마트·홈쇼핑·편의점 "현실 반영해야"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계는 최근 전통주 기준 논란으로 뜨겁다. 주세법상 전통주로 분류되면 주세 감면과 온라인 판매 허용 등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 기준이 주종이 아닌 제조지역·제조자여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류에 따라 국산 ‘와인’ ‘진’ ‘애플사이다’ 등 전통주로 보기 애매한 주류가 전통주로 인정받고 막걸리 등 과거부터 전통주로 인식돼온 술은 법적으론 일반 주류에 해당, 전통주이지만 전통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됐다.

외식업계는 환경 규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월부터 카페,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아이스크림·빙수 판매점 등 100곳 이상의 매장을 가진 식음료·외식 프랜차이즈의 매장에서는 플라스틱이나 종이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내야 한다. 소비자가 매장에 컵을 반납하면 매장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제품을 판매한 업체가 아니라 다른 곳에 일회용컵을 반납해도 된다’는 내용 등이 문제가 됐다. 영업 차질, 제반 비용 발생 문제 등이 지적됐다.

대형마트는 2010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발목이 잡혀 있다. 오전 12시부터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일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며 전통시장 반경 1㎞ 내 3000㎡ 이상 점포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통시장을 살리고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실효성 논란은 최근 더욱 거세졌다.

TV홈쇼핑은 방송법 등에 따라 5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송출수수료가 홈쇼핑 합산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데 대한 업계의 위기 의식도 상당하다. 편의점은 근접 출점 제한으로 소모적 간판 뺏기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담배광고 외부 노출 금지,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향 추진 등도 논란이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시행 2년차를 맞은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제품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원유가격 연동제도 손봐야 할 대표적인 사안으로 꼽힌다.

◇해외서도 규제보다 완화 무게…"이제는 손볼 때"

해외 주요 국가들은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각 주별로 세부 내용은 다르나 지역 토지 이용에 관한 조례 이외에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출점이나 운영 시간을 규제하는 법안이 없다. 소매 점포에 대한 직접적인 유통 규제가 없어 대형 업체의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출점 규제 대상 범위와 일요일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2017년 1월 ‘마크롱 법’이 본격 시행되며 모든 소매점을 대상으로 일요일 영업제한 규제가 완화됐다. 영국은 도심 내 출점 규제가 없다. 오히려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심 외 지역에 2500㎡ 이상 규모의 점포를 설립할 경우 도심 내 지역에 공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은 폐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카페·식당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소비자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전통주 논란은 지역특산주와 전통주를 별도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2010년 이후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e커머스의 성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변화에 맞춰 유통 규제가 아닌,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취재=유통경제부, 정리=김유리 기자]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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