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잖아.." 박병일 정비사 유족, 장기기증 결심케한 그말

이에스더 2022. 5. 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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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9일 거제 선자산 헬기 추락 사고로 크게 다쳐 치료를 받던 정비사 박병일(36) 씨가 심장, 간, 신장(좌, 우)을 기증하여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거제 선자산 헬기 추락 사고로 크게 다쳐 치료를 받던 정비사 박병일(36) 씨가 지난 19일 심장, 간과 양쪽 신장을 기증해 4명을 살렸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16일 사고 헬기는 선자산 등산로 정비에 필요한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위해 투입됐다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3명이 2시간여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기장이 숨지고 박 씨와 부기장은 크게 다쳤다. 병원 도착 직후 뇌수술을 받은 박 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씨의 가족은 7년 전 암 투병을 하던 큰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하나 남은 아들마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디선가 몸 일부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아빠, 혹시라도 내가 뇌사 상태가 된다면 저렇게 장기 기증을 하면 참 좋겠어요. 여러 사람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그냥 화장해버리고 묻어버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생전에 박씨는 아버지와 장기기증 사연을 전하는 뉴스를 보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 박인식 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터지고 나니 아들이 그때 했던 말이 맴돌더라”며 “평소 건강하고 건장했던 아들인데, 우리 아들을 이대로 보낸다면 나를 원망하겠구나, 아들의 숭고한 뜻을 따라주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들 몸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 몸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게 됐다”라며 “아내와 ‘우리 아들 심장이 어딘가에서 뛰고 있어’라며 서로 위안하기로 했다”라고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9일 거제 선자산 헬기 추락 사고로 크게 다쳐 치료를 받던 정비사 박병일(36) 씨가 심장, 간, 신장(좌, 우)을 기증하여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밝혔다.


충북 음성군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항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육군 항공대 부사관이 됐다. 7년간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박 씨는 헬기 정비사로 5년째 일해오고 있었다. 6개월간의 파견 근무 후 복귀 일주일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박 씨는 본인이 소망하던 충북 소방서 입사를 위해 준비해왔고 최근 서류 면접 통과해 6월 구술 면접을 앞둔 상황이었다. 아버지 박씨는 “소방서에서 응급환자 구하는 닥터헬기 정비를 하고 싶어했다”라며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 살리는데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9일 거제 선자산 헬기 추락 사고로 크게 다쳐 치료를 받던 정비사 박병일(36) 씨가 심장, 간, 신장(좌, 우)을 기증하여 4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밝혔다.


가족은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고심 끝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아버지 박 씨는 “장기 기증을 못 받아 임종을 앞둔 또 다른 자식과 이웃을 살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런 아픔 속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려준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라며 기증자와 부모님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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