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멀미에 '어질'.. 3년만에 열린 스페인 정원 축제

고정실 2022. 5.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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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10주년과 101주년 맞이 코르도바 파티오 경연대회

[고정실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 코르도바의 파티오(내부정원) 축제 및 경연대회가 막을 내렸다. 올해는 총 59개의 파티오가 참가했고 언제나처럼 코르도바시를 여섯 지역으로 구분하여 파티오 뿐 아니라 구시가지를 두루 볼 수 있는 루트를 마련했다.
 
▲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고정실
코로나 이후 관광객 회복세를 보여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으로 열린 축제다 보니 2주 동안 총 방문객은 80만 명이 넘었다.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었고 방문객 각자의 판단에 맡겨졌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98만 명에는 못 미치나 코르도바시는 충분히 회복한 수치라고 밝혔다. 
 
▲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 방문을 위한 지도
ⓒ 고정실
1년 내내 볼 수 있는 코르도바의 파티오
공식적인 축제는 끝났지만 아직도 꽃들이 한창이기에 여전히 자국민 여행객과 해외 방문객들은 줄지어 일부 개방하는 파티오를 보러 온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코르도바는 1년 내내 파티오를 구경할 수 있는 도시다.
 
▲ 코르도바 파티오 방문객으로 붐비는 모습
ⓒ 고정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지정 10주년, 파티오 축제

파티오란 스페인 남부 지역의 집 내부에 마련된 전형적인 정원을 일컫는다. 특히나 코르도바의 파티오 축제는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스페인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축제는 보통 매해 5월의 둘째 주에서 셋째 주에 열리는데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하여 파티오를 뽐내는 것이다. 축제라 하지만 실상은 어느 파티오가 더 아름다운가를 뽑는 경연대회다.

코르도바만이 갖는 특이점이라면, 공적인 구역인 파티오로부터 집 구조가 확장되어 사적인 영역을 구분하는 것과 손님에 대한 환대의 의미로 현관(zaguán)을 열어두어 철창 밖에서나마 파티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코르도바 파티오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
ⓒ 고정실
올해 101주년을 맞이한 파티오 경연대회
2021년 100주년을 맞이한 코르도바의 파티오 경연대회는 꽃, 식물들과 더불어 정원을 가꾸는 코르도바 사람들의 애정과 열정, 정성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아끼고 지켜서 이어가야 할 무형유산인 것이다. 방문객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고 그들의 노고와 환대에 감사를 전한다. 특히나 식물 키우기에 진심인 이들은 감탄해 마지않고 잘 키워내는 비법을 묻거나 자신이 키우는 화분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기도 한다.
 
▲ 코르도바 파티오 100주년 기념 포스터
ⓒ 고정실
파티오 축제 마지막 날에는 가장 아름다운 파티오를 뽑는다. 고전 건축과 현대 건축을 구분하여 각각 명예상을 비롯하여 1등에서 8등까지 시상한다. 명예상은 약 100여 년의 파티오 축제 역사상 가장 많이 수상한 파티오에 4천 유로 상당의 표창을 하는 것이고 1등에게는 3천 유로를 시상한다. 이어서 2등은 2천 5백 유로, 3등은 2천 유로이고 4, 5, 6등은 1천 5백 유로, 7등과 8등은 1천 유로를 받는다. 경연대회이니만큼 상금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그 명예가 코르도바 집주인들에겐 더욱 소중하다.
 
▲ 코르도바 파티오 수상경력을 담은 타일
ⓒ 고정실
 
현지인 집구경은 덤으로, 파티오를 감상하는 팁

파티오는 무조건 예쁘니까 이를 표현할 간단한 스페인어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집주인에게 엄지를 내보이며 "¡Qué bonito!"(께 보니또/너무 예뻐요!)라고 하면 제법 현지인다운 감탄사가 된다. 이 찬사를 받은 집주인들의 자긍심이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할 것이다.

꽃 말고도 각 집마다 다른 구조와 수집품을 주목하다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옛날에 사용하던 물건들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이 많아 반가움을 더한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의 집을 방문하기 힘든데 파티오 덕에 코르도바 구시가지의 전통 가옥을 구경할 수 있으니 엄청난 덤이다.
 
▲ 코르도바 파티오 집주인의 감성이 담긴 한 켠
ⓒ 고정실
또한 주인들이 애정하는 꽃을 소개받을 수 있다면 좋은데, 마치 자신의 보물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그 식물의 이름이 한국과 제법 다르다면 생긴 모습을 묘사하는 방식의 차이도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인의 온갖 애정과 땀이 담긴 꽃 그득한 정원과 그 예쁨을 뽐내는 알록달록이들을 보면서 어찌할 수 없이 행복해짐을 만끽하는 것이 파티오 감상의 주요한 팁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면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꽃으로 멀미가 날 지경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꽃멀미가 또 하고파져 나도 모르게 다른 파티오로 나풀나풀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
 
▲ 코르도바 파티오 주인의 땀과 애정이 담긴 정원
ⓒ 고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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