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게 달라진 메시지.. '민주당 후보' 김동연의 변화 [6.1지방선거]
[박소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3일 오후 경남김해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맞아 경상남도 김해시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한 김동연 후보는 페이스북에 "최근의 정치 현실이 암담하다"면서 "민주당이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 대선 패배의 아픔을 안겨드렸다"고 남겼다. 이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저부터 당을 혁신하는 데에 나서겠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민주당으로, 국민이 응원하는 민주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무현 추모하면서도... "민주당 거듭나야" 쓴소리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이라는 김동연 후보의 메시지가 봉하마을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그는 21일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유세 때부터 "여러분, 요새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져서 속상하시죠? 안타깝죠?"라면서도 "우리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마음이 아파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저는) 엉터리 진보도, 엉터리 보수도 아닌 제대로 된 진보의 가치를 이번 기회에 세우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권력 프리미엄을 갖고 각종 정치이벤트를 만들면서 각자(후보)들에게 뛰라고 하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진보의 가치로 무장해서 우리 각자의 경쟁력을 높여야 된다. 우리가 민주당의 기초를 다시 다듬고, 민주당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를 세우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도록 함께해주셔야 한다."
김 후보는 22일 고양시 일산문화공원 연설에선 '0.73%p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 취하면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대선 패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와 개혁을 우리 민주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천시 중앙공원 연설 때도 "오만하지 말고, 우리부터 성찰하고 우리부터 바꾸자"고 재차 호소했다.
공식 선거운동 초반만해도 김동연 후보는 인물 경쟁력과 윤석열 정부 견제론, 두 가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야탑역 유세부터는 여기에 민주당의 반성과 성찰, 혁신이 더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캠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동연 후보가 유세 현장을 다니면서 민주당이 아직도 0.73%p로 졌다고만 생각하지, 진정으로 사과·반성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민심을 느꼈다"며 "당에서도 계속 현 정부 비판만 하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지난 주말 캠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 후보가 '우리부터 반성하자, 혁신하자'고 강하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막내 당원이 선배들 대신 사과하고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이재준 수원시장 후보, 윤호중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유세단 출정식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게다가 '여당 효과'를 움켜쥐고 가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의 성비위, 당내 갈등이 연이어 터지는 등 악재만 거듭됐다. (주)에스티아이가 19~20일 인천 계양을 유권자 88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상대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민주당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상태다(이재명 45.8%-윤형선 49.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3%p).
그나마 김동연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히 40% 안팎을 오가며 경쟁자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백중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연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판이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민주당과 차별화하는 시도가 필요한 때다. 또 김 후보는 당에 빚진 게 없는 인물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까지 벗는 등 당과 후보를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잘못은 인정하고, 성과는 승계한다'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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