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들이는 제약사들, 왜?
국내 제약사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 관리에 나섰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경영 시류에 따라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매입해 확보하는 거래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전략으로 꼽히는데,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사들인 주식 물량만큼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 순이익이 높아진다.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경영권 안정에 기여한다. 주식회사의 의사 결정권은 주주들에게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경영자가 확보한 지분율이 낮다면, 계획에 따라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경쟁사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
일반적인 주식은 주주총회에서 주식수에 비례한 의사결정권 행사를 보장한다. 하지만 회사가 자사주 매입으로 취득한 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된다. 즉, 자사주를 매입하면 의결권의 수가 감소해 외부의 특정 세력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상황을 억제한다.
올해 1분기에만 셀트리온, 휴젤, 휴온스, 한올바이오 등 적지 않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저마다 자사주 매입 소식을 전했다.
셀트리온은 앞서 18일 이사회에서 총 50만주, 약 712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 물량은 오는 8월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순차적으로 취득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의 자사주 매입은 올해만 세 번째다. 앞서 1월에 54만7946주, 2월에 50만7937주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해 총 105만5883주를 취득 완료했다. 이달 중 추가 매입을 결정한 물량까지 합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155만5883주, 약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셈이다.
지난달에는 휴젤이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다. 휴젤은 오는 10월까지 매입을 완료하는 일정으로 삼성증권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휴젤이 GS그룹 컨소시엄에 매각된 이래 첫 자사주 취득 행보다. 2018년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휴젤은 총 5번에 걸쳐 총 74만주, 약 17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장내매수로 취득했다. 이 중 10만주는 소각했는데, 주식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전략이다.
휴젤의 최대 주주였던 베인캐피탈이 설립한 법인 리닥은 지난해 8월 GS그룹 컨소시엄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리닥은 지난달 29일 SG그룹 컨소시엄이 설립한 아푸로디테홀딩스에 잔금 및 주식인도를 마무리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지배 구조를 단순화하는 주주 및 기업 가치 제고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3월에는 휴온스그룹이 총 8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공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휴온스글로벌 50억원, 휴메딕스 30억원 등의 자사주 매입이 추진된다. 휴온스그룹은 지난 2020년에도 두 자회사를 통해 휴온스글로벌 40억원, 휴메딕스 30억원 등 총 80억원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휴온스는 주가 하락세와 사업 불확실성의 영향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위탁생산(CMO)이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위축됐기 때문이다. 휴온스글로벌은 러시아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스푸트니크V’ CMO를 수주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모든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까지 5만원 선을 유지했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같은달 한올바이오파마도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의 계열사로, CMO 사업과 신약 연구개발(R&D) 사업을 병행한다. 공시에 따르면 장내매수를 통해 총 54만3479주가 확보될 예정이다.
매입한 자사주는 인재 영입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한올바이오파마는 중증근무력증과 갑상선안병증 등의 질환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 ‘HL161’,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HL036’ 등의 글로벌 임상 3상 시작단계에 있다. 이에 회사는 확보한 자사주를 스톡옵션으로써 신약 개발에 필요한 인재 유인책으로 쓴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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