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복잡하게, 더 안 보이게 [배달외주화 그림자②]
국내 배달업계의 외주화가 복잡해지고 있다. 자회사를 통한 외주화에서 더 나아가 ‘제3의 업체’를 끼는 구조가 등장했다.
23일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배달노동자는 일반배달대행(일반대행) 소속과 배달앱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로 사실상 양분돼있다. 일반대행은 택배 시스템과 비슷하다. 일반대행은 지역 내 음식점과 체결한 배달 일감을 배달노동자에게 전달한다. 한 번 배달 갈 때 비슷한 지역의 배달 3~4건을 묶어간다. 일반대행은 2000년대부터 생겨났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현재는 배달대행 프로그램 업체와 손을 잡았다. 부릉·바로고·생각대로·만나플러스 등이다. 국내 배달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배달앱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다. 배달의민족 배민1, 쿠팡이츠 등으로 접수된 주문을 배차 받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한 번에 한 집의 주문을 수행하는 단건배달을 원칙으로 한다. 일반대행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전업 배달노동자뿐만 아니라 본업과 배달업을 겸업하는 투잡(two jobs) 노동자도 다수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자회사, 쿠팡이츠 등과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형태다.
배달앱 플랫폼을 통해 단건배달을 해온 배달노동자들은 “안 그래도 비수기인데 일감이 사라졌다”고 성토했다. 배달노동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콜사(배달 주문이 없다는 은어) 때문에 배쿠(배민1·쿠팡이츠) 대신 일반대행을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 신촌에서 만난 배달노동자 송모씨는 “오후 3시9분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단 한 콜도 못 받았다”면서 “배달앱 플랫폼 업체와 배달노동자들은 일종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건데 일반대행에 일감을 넘긴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배달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반대행은 여러 건의 배달을 한 번에 담아 나른다. 배달하는 중에도 주문을 계속 잡아야 한다. 운전 중에도 휴대전화 화면을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여러 건의 배달을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해야 하기에 교통신호 위반도 예사다. 1년5개월 동안 전업 배달노동자로 활동해온 김모씨는 “일반대행은 운전 중에도 주문을 받기 위해 남보다 빠르게 휴대전화 화면을 눌러야 한다. 일명 ‘전투콜’이라고 한다”며 “단건배달을 수행하는 플랫폼 배달노동자보다 훨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꼬집었다.
배달앱 플랫폼의 외주화 시도가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경쟁으로 돌아온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 소장은 “플랫폼 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배달노동자와 계약을 맺어 어떤 것이 더 이득이 될지 비교해보는 상황”이라며 “책상에 앉은 이들에게는 이익 비교일뿐이지만 전선에 나선 배달노동자에게는 생존경쟁”이라고 이야기했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플랫폼 업체들은 단건배달 외주화 확대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배달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범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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