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행 점포 폐쇄 말라"는 지침 피하는 '지점→출장소' 꼼수

김진욱 2022. 5.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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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전국 지점(영업점) 여러 곳을 출장소로 축소하고 있다.

지점을 출장소로 격하하면 점포 폐쇄를 최소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을 피하면서도 인원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은행권에서는 일종의 '꼼수'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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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전국 지점(영업점) 여러 곳을 출장소로 축소하고 있다. 지점을 출장소로 격하하면 점포 폐쇄를 최소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을 피하면서도 인원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은행권에서는 일종의 ‘꼼수’처럼 여겨진다.

23일 국민일보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이 시행된 2021년 3월 1일 이후 KB국민은행은 전국 영업점 26곳을 출장소로 축소했다. 서울은 반포지점 등 10곳, 경기·인천은 동탄능동지점 등 10곳, 지방은 울산병영지점 등 6곳이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서울 영등포금융센터·개봉동·신월동지점 및 경북 우방타운지점 4곳을, 신한은행(서울 월계동지점 및 강원 삼척·상지대지점)과 우리은행(서울 압구정현대·아시아선수촌지점 및 대전 카이스트지점)은 각각 3곳을 출장소로 격하했다.

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은 시중은행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은행연합회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함께 만들었다. 과거에는 내부 의사 결정만 마치면 고객·건물 임대인 통보 후 손쉽게 지점 문을 닫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영향 평가→대체 수단 결정·운영→고객 사전 통지→민원 예방 및 내부 통제’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출장소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적금 가입 등 수신 업무나 주택담보·신용대출 실행 등 간단한 개인 여신만 맡는다. 지점에는 최소한 10~11명의 행원이 필요하지만, 출장소로 축소하면 인원을 3~4명으로 대폭 줄일 수 있어 운영비를 절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지점 문을 닫기가 훨씬 까다로워졌다”면서 “출장소로 격하하면 절차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따가운 눈초리도 피할 수 있다. 전국에 지점을 많이 뒀던 KB국민은행이 편리하게 운영비를 줄일 묘수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비수도권 지점 폐쇄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중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14개 시도 내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325곳에서 292곳으로 33곳의 문을 닫았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KB국민은행은 모두 86곳의 비수도권 지점을 줄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30곳을, 하나은행은 29곳을, 신한은행은 25곳을 각각 감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단기 성과에 매몰돼 지점 줄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관련 내용을 파악한 뒤 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에 허점이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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