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죽음의 그림자 "미세먼지때 우울증 극단선택 19% 증가"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 국내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맑은 날보다 20%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세먼지가 신경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우울증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황인영 교수와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최대인 연구원 등은 최근 국제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 오염에 단기간 노출돼도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커진다"고 밝혔다.
우울증 환자 92만 명 추적 조사
연구팀은 연구 기간의 각 날짜를 미세먼지 오염 수준에 따라 나열한 뒤 순서에 따라 4등분했다. 4등분한 각각의 미세먼지(PM10)의 오염도 평균은 ㎥당 23.6, 36.6, 48.9, 78.7㎍(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연구팀은 오염이 가장 심한 25%에 해당하는 날에 자살한 우울증 환자의 숫자와 오염이 가장 적은 25%에 해당하는 날에 자살한 환자 숫자를 비교했다.
지름 10㎛ 이하의 입자인 미세먼지(PM10)의 경우 오염이 치솟은 당일에는 오염도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하루 뒤에는 오염도에 따라 자살 환자 숫자가 차이가 났다. 오염이 심한 상위 25%에 해당한 날에는 오염이 적은 25%에 해당한 날에 비해 자살할 위험이 19% 높았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오염이 심한 25%에 해당하는 날에는 오염도가 낮은 날보다 자살 위험이 17% 높았다.
연구팀은 미세먼지(PM10) 양에서 초미세먼지(PM2.5) 양을 뺀 '거친(coarse)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는데, 오염이 심한 날에는 오염이 적은 날보다 자살 위험이 19% 높았다.
운동하지 않는 40세 이상 환자 더 위험
우울증 진단 5년 미만인 경우는 위험이 28% 증가했지만, 5년 이상인 경우는 12%가 증가해 차이를 보였다. 운동하는 환자는 13% 증가한 데 비해 운동하지 않는 경우는 42%나 증가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자살 위험의 상승효과는 운동하지 않는 40세 이상의 환자, 우울증 진단 5년 이내의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이자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소속이기도 한 황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을 평가한 최초이자 최대의 역학 연구"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 오염에 단기간 노출돼도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살 사망과 단기 미세먼지 노출 농도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유발로 자살 위험 높여
미세먼지는 단기 신경 염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신경 염증은 우울 증상을 악화시키고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軸)을 과도하게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분이 불안정해지고, 결국 자살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반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는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 때 자살이 2~9%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했다, 지역의 미세먼지 오염도 자체나 오염 농도 구간 설정 등에서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미세먼지가 우울증 환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이미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활성화돼 있어 미세먼지 자극에 빨리, 심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자살에 취약한 개인을 '스트레스 특이 체질' 탓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미세먼지가 스트레스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미세먼지 오염이 국민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기오염 측정·경보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며 "아울러 미세먼지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의 기전을 이해하기 위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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