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안하면 삭제" 구글 조치 임박..소비자 부담만 커지나
콘텐츠 업체 요금 인상 릴레이에 소비자 부담 가중
방통위 제재 쉽지 않을듯..인앱결제방지법 실효성 지적
구글이 자사 인앱결제 방식을 거부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하겠다고 통보한 유예 기간에 임박하면서 국내 대부분의 콘텐츠 기업들이 줄줄이 요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인앱결제 강행에 나서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6월1일까지 자사 인앱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들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할 방침이다. 구글 인앱결제를 적용할 경우 앱 개발사의 연간 매출 100만 달러(약 12억 원)까지는 15%, 매출 100만 달러 초과분에는 30%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이에 콘텐츠 기업들은 수수료 지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줄줄이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시리즈 등 콘텐츠 부문 안드로이드앱에서 결제수단으로 쓰이는 '쿠키' 가격을 개당 100원에서 120원으로 20% 인상한다. 또 주문형 비디오(VOD) 플랫폼 '시리즈온' 캐시가격도 100캐시당 100원에서 110원으로 10% 올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 결제 수단을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충전할 경우 오는 6월 1일부터 현재 1000캐시 당 1000원인 이용료를 1200원으로 20% 인상한다.
앞서 지난달 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와 티빙은 이용권 가격을 15% 안팎 인상한 바 있다. 음원 앱 플로와 바이브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각각 14%, 16%씩 인상했다. 멜론도 이에 맞춰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나머지 개발사들도 구글이 통보한 유예 기간인 6월1일 전후로 줄줄이 요금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구글이 너무나 갑이기 때문에 인앱결제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수익구조 상 수수료 인상분만큼 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 일주일 내로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콘텐츠 요금에 대한 소비자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업체가 구글에게 내야할 수수료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이미 요금을 인상했거나 인상을 추진중인 국내 OTT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대상으로 인상 금액과 소비자의 연간 추가 부담액을 자체 분석한 결과, 연간 최대 2300억원의 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시행한 인앱결제방지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인앱결제방지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법 우회로 인해 다시 법 제정 이전의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해당 법이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를 골자로 제정된 것을 두고 복수의 결제 방식을 마련하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결국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지난 17일부터 구글을 비롯해 애플·원스토어 등을 대상으로 인앱결제방지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사실조사까지 모두 마친 뒤 앱 마켓사업자들의 결제 정책의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위반 기간 국내 매출액의 2%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이같은 방통위 조치가 실제 제재로 이어지거나, 당장 구글이 통보한 인앱결제 미적용 시 삭제 조치가 철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지만 구글이 방통위가 제재를 가할 경우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끄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며”해외에서도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례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인앱결제방지법의 목표는 개발사들이 30% 수수료를 강제로 지불하지 않는 것이었으나 현재 상황은 이러한 목표와는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정부가 우회적인 입법을 시도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규제를 포섭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직접 가격 규제를 하자니 시장경제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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