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힘 둘다 별로다"..무주공산 강원지사 관전 포인트 [6·1 현장 이곳]

박진호 2022. 5. 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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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광재(왼쪽),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 [사진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범법자와 막말 정치인, 말 돈다”


“이번 강원도지사 선거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애정이 안 간다. 후보자 면면만 봐도 범법자와 막말 정치인의 대결 같다는 말들이 많다.”

6·1지방선거를 9일 앞에 둔 23일 강원도 춘천 풍물시장에서 만난 시민이 한 말이다. 춘천 풍물시장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가 같은 날 선거유세를 한 곳이다. 상인 김모(69·여)씨는 “선거 땐 꼭 지킬 것처럼 말하다가 당선된 후엔 지키질 않아 실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번엔 당도 중요하지 않다. 말만 앞세우는 후보 대신 서민들을 위해 일을 해줄 사람을 찍겠다”고 했다.

초대 ‘강원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갈 강원도지사 자리를 놓고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문순 지사의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 된 선거는 3선과 2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두 후보의 대결로 압축됐다. 두 후보 모두 사실상 정치생명을 걸고 격돌하는 것이어서 전국적인 ‘빅매치’ 중 하나로 꼽힌다.


초대 ‘강원특별자치도’ 지사, 민심 냉랭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난 22일 강원 춘천시 풍물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후보 캠프 제공]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난 22일 강원 춘천시 풍물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후보 캠프 제공]

지역 정가에선 “이번 강원지사 선거는 대선 때 보여준 표심의 여파에 3선 연임을 한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에 대한 평가, 후보들의 인물론 등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후보는 23일 오전 춘천 후평사거리에서 아침 인사를 시작으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아침 인사가 끝난 뒤엔 춘천북부노인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포장 봉사를 했다. 김 후보도 이날 건설협회 강원도회와 간담회를 시작으로 대한노인회 강원도연합회, 전몰군경미망인회 강원도지부 등을 방문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2010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중도에 하차했던 이 후보가 12년 만에 다시 도지사가 될 것인지다. 이 후보는 그동안 3차례 걸쳐 선출직 임기를 마치지 못한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되고, 이듬해인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정치적 터전인 원주에서 복귀했지만 여전히 병역면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조 친노' vs ' 진보 저격수'의 대결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난 22일 강원 춘천시 풍물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후보 캠프 제공]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난 22일 강원 춘천시 풍물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후보 캠프 제공]

이에 맞선 김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 이후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어 도지사와 재기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김 후보는 과거에 한 강성 발언이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2015년 대한불교조계종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수용하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또 2019년에는 5·18민주화운동 왜곡 논란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두 후보는 같은 83학번이지만 걸어온 길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후보는 원주고와 연세대 출신의 운동권, 김 후보는 춘천 성수고와 서울대 출신의 공안검사였다. 이 후보는 ‘원조 친노(親盧)’로 진보의 길을, 김 후보는 ‘태극기 부대’와 함께 하는 ‘진보 저격수’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강원일보, KBS춘천총국 등의 의뢰로 지난 16~20일 강원도 18개 시·군 만 18세 이상 남녀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김 후보를, 33.9%가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두 후보 간의 격차는 11.1%로 오차범위 밖이다. 이어 ‘투표할 후보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3.6%, 모름 및 무응답은 7.5%였다. 이번 조사는 18개 시·군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씩 총 9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원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1.0%이다.


두 후보 약점 많아 '인물론' 영향받을 것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강원 원주시 의료원사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난 21일 강원 춘천시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앞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19~20일 강원도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57.2%를 얻어 36.8%를 기록한 이 후보를 20.4%p 차이로 앞섰다.

성별 지지도에서는 김 후보가 남성(59.5%)과 여성(54.9%) 모두에서 이 후보(남 33.4%, 여 40.2%)를 앞섰다. 이번 조사는 통신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 100%로 표본을 추출했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전화 방식(ARS)으로 실시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p다.


유세 첫 주말 정치인들 발길 '강원도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청 앞 교차로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대결이다 보니 지난 주말 표심을 파고들기 위한 중앙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2일 춘천을 찾은 이 후보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우상호 국회의원은 “현재 강원도지사 선거 판세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호각지세”라며 “이번 선거는 ‘일꾼’대 ‘말 싸움꾼’의 대결이며, 비전과 철학, 실력 있는 이광재 후보가 강원도 발전의 적임자임을 다시 한번 강원도민께 호소드리고 싶다”고 했다.

앞서 지난 21일 춘천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오직 강원도와 춘천만 바라보는 김진태 후보가 아니면 누가 도지사를 하겠느냐”며 “강원도민들을 위해 깨끗한 산업, 첨단산업, 미래산업을 최대한 유치하도록 하겠다. 강원도 발전 위해 김진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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