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윤석열도 한다" 尹心 등에 업고 뛰는 김은혜 [밀착마크]
‘강냉이와 도라지차’
23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동승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의 흰색 카니발엔 김 후보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김 후보는 “여기 도라지차는 목을 아끼라는 지지자분이 끓여 주셨고, 강냉이는 배고플 때마다 먹으려고 시장에서 샀다”고 했다. 김 후보의 무릎에는 수십여 페이지의 공약 자료가, 뒤편에는 갈아입을 정장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이런 지지자들의 걱정에도 김 후보의 목은 쉴 틈이 없었다. 이날 아침 7시 50분, 파주 운정 신도시 인근 심학산 교차로 앞에서 출근 인사에 나선 김 후보의 목은 이미 쉬어 있었다. 김 후보는 작은 쇳소리를 내며 연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10분 늦게 나오면 1시간이 더 걸리는 교통지옥을 바꿔드리겠다”며 30여분간 100여 차례 가까이 ‘90도 인사’를 했다.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차 안에서 김 후보를 향해 창문을 내리고 “김은혜 파이팅”“윤석열 대통령 파이팅”을 외쳤다. 반갑다며 경적을 울리고 손을 흔드는 운전자도 있었다. 김 후보는 “저 택시기사 분”“저 어머니 분이 알아봐 주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도 한다”
김 후보가 찾은 ‘심학산 교차로’는 서울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질적 정체 구간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공사 현장을 뒤로 한 곳이기도 하다. 김 후보에게 이곳을 유세 장소로 택한 이유를 묻자 “제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다”며 “힘 있는 여당 후보로서 확실한 GTX 지원을 약속드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수차례 자신을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힘 있는 여당 후보’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실패한 관료’이자 ‘힘없는 야당 후보’라 강조했다.
아침 인사를 마친 김 후보에게 선거 판세를 물었다. 활짝 웃던 김 후보의 표정이 순간 굳으며 아침 분위기와는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김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는 100~200표 차이로 갈릴 수 있는 초박빙 접전”이라며 “한 분의 유권자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저는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 그리고 경기도를 대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라는 두 명의 후보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 패배 시, 尹타격도 상당
김 후보의 말처럼 김은혜 후보와 김동연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문재인·이재명 대(對) 윤석열’ 대리전이라 불릴 만큼 6.1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라 불린다.
의원직을 내려놓고 도전한 김 후보에게도 이번 선거는 절실하다. 자신의 정치 인생뿐 아니라 패배 시 윤석열 정부가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 김 후보만큼 윤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후보도 드물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출근길 인사를 마친 뒤 경기 북부도청으로 이동해 경기 북부 개발 공약을 발표했다. ▶반도체 대기업 유치 ▶접경지역 글로벌 경제안보벨트 ▶경기북부 경제자유구역청 신설 ▶임기 내 시급한 교통망 확충 등을 내세웠는데, 이날의 화두는 단연 반도체 기업 유치였다. 김 후보는 이영우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경택 전 삼성전자 개발본부장 등 삼성맨을 ‘경기북부 반도체 산업 유치위원회’ 위원으로 영입했다.
기자회견 뒤 김 후보의 흰색 카니발에서 동승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후보는 “사실상의 숙식을 모두 이곳에서 한다”며 “카니발이 저의 현장 지휘소”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정말 판세를 100~200표 차이로 보나.
A : “대선과 다름없을 정도로 양 진영의 결집이 치열하다. 지난 총선 때 분당에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대선과 같이 0.7%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그때와 분위기가 거의 똑같다. 한쪽 굽이 닳은 이 운동화, 지난 총선 때 신었던 거다.”
Q : 무소속 강용석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 상대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단 지적이 있다.
A : “단일화 부분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단계는 아니다. 도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Q : 김동연과 이재명이란 두 명의 후보와 싸우고 있단 말도 나오는데.
A : “지난 대선에 나섰던 이재명 후보, 그리고 경기도를 발판으로 삼아 대선에 나가려는 김동연 후보가 내 상대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아니면 경기도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 김동연 후보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A : “김동연 후보의 입장은 민주당 입당 전후로 계속 바뀌고 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정책에 대해선 그분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진짜 김동연은 도대체 어디 있나. 이렇게 준비도 안 된 상태서 선거에 나온 건 결국 경기도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려는 것 아닌가.”
Q : 정말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도 하나.
A : “이미 실제로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600만원 균등지급, 중앙정부가 안 하면 경기도라도 하겠다고 했다. 이후 당정 협의에서 지급이 확정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GTX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선 추진 과제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힘 있는 여당 후보와 힘없는 야당 후보의 대결이다.”
Q : 야당에선 KT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고 공세를 편다.
A : “이 부분은 저녁 TV 토론회 때 말씀드리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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