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대독하는 자리 아니다" 김은혜 꼬집은 김동연 [밀착마크]
“경기지사가 남이 써준 것을 읽기만 하거나, 누군가에 기대서 도정을 하는 자리인가.”
6ㆍ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지사 선거에 도전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3일 경쟁자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후보가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강조하는 점을 ‘윤심(尹心)’ 마케팅이라고 꼬집으면서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 후보는 김은혜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경제 전문성 없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현실성 없는 공약…정정당당 승부 보자”
23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정장과 구두 차림으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평소 유세 땐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을 선호하지만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한 복장이다. 추모식 후 저녁엔 경기지사 TV토론도 열리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별도 유세 일정을 잡지 않았다. 공식 선거 운동 시작 후 처음이었다. 전날엔 안산-부천-김포-고양을 돌며 “말 잘하는 말꾼이 아니라 일 잘하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Q : 김은혜 후보를 왜 ‘말꾼’이라 비판하나.
A : “김은혜 후보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포퓰리즘성 공약을 많이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재산세 100% 감면(시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 대상) 공약이다. 재산세는 시ㆍ군세라 현실적으로 도지사가 100% 감면할 수 없다. 경제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약을 내지르고 있다.”
Q : 법 개정이나, 정부의 힘을 빌려서는 불가능한가.
A : “재산세법은 전국에 다 통용되는 법인데, 경기도만 100% 감면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또 아무리 권력에 기대 정부 힘을 빌리겠다고 해도 결국 입법은 의회가 하는 것이고, 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이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제 말이 공격적으로 보일 순 있지만, 네거티브하자는 게 아니라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은혜 후보가 자신 차남의 이중국적(한국ㆍ미국)을 문제 삼은 것을 대표적인 네거티브로 꼽았다. 김은혜 후보 측은 지난 15일 “(김동연 후보 차남은) 아버지 덕에 서민은 꿈도 못 꿀 미국 교육 코스를 밟았다”(홍종기 대변인)고 비판했다.
김동연 후보는 “제 아들은 제가 미국에 국비 유학 갔을 때 태어나 적법하게 복수 국적을 얻었고, 성인이 돼선 육군 51사단에서 병장 만기 전역을 했다”며 “네거티브가 아닌 정정당당한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뼈 깎는 성찰도 필요”…중도층 호소
김동연 후보는 김은혜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민주당 역시 변화ㆍ개혁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당 지도부가 부결을 주장하던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에 대해서도 그는 “인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Q : 최근 유세장에서 ‘민주당의 변화 필요’를 언급하고 있다.
A : “지난 대선 때 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국민이 바라는 변화와 개혁을 민주당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Q : 한덕수 총리 인준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A : “전관예우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새 정부의 첫 총리이기 때문에 일단 기회를 주고 그 뒤 건설적인 비판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이 당에 수용돼 다행이다.”
이날 김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추모를 마친 후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부터 당을 혁신하는 데에 나서겠다”고 썼다.
“김은혜·강용석 단일화하면, 중도·2030 내게 올 수도”
중도층을 겨냥한 듯한 김 후보의 이런 접근법은 최근 경기지사 선거가 박빙으로 흐르고 있는 판세와도 무관치 않다. 경기지사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전국 선거 중 가장 치열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캠프 측에선 “다행히도 김 후보가 중도층에 호소력이 있고, 2030에도 호감을 얻고 있어서 승부를 볼만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2015~2017년, 수원에 있는 아주대에서 총장을 지냈다. 22일 김포 유세장에서도 한 청년이 그에게 “아주대에서의 혁신을 경기도에서도 보여주세요”라는 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최근 보수층 화두인 김은혜-강용석(무소속)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가 5% 안팎의 적지 않은 지지율을 얻고 있음에도 그는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경우, 김은혜 후보의 득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극우(강 후보)와 합치는 것에 실망한 중도층과 젊은 층 표가 내게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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