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이유 찾는 검찰 새 지휘부.. "법률 탓만 할 수 없다"

이경원 2022. 5. 2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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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꾸려진 검찰 지휘부가 검찰의 존재 이유를 강조하며 업무에 돌입했다.

취임사 등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환경 속에도 기본으로 돌아가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6월 "직접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며 취임했었다.

검찰이 "부정선거의 종합판"으로 규정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도 재수사 여부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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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과거의 인권·절제 대신
엄정한 법집행·단호한 대처 강조
전 정권 의혹 등 강력 수사 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새로 진용을 갖춘 검찰 지휘부가 ‘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23일 일제히 취임했다. 왼쪽 사진부터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 김후곤 서울고검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최현규 기자, 연합뉴스


새로 꾸려진 검찰 지휘부가 검찰의 존재 이유를 강조하며 업무에 돌입했다. 취임사 등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환경 속에도 기본으로 돌아가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검찰권 행사 자제’나 ‘처벌보다 인권’을 내세우던 최근 수년간의 검찰 고위직 취임 일성과 기류 차이가 있다.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는 23일 출근길에 “(검수완박) 법률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건을 정성을 다해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것만이 국민의 믿음을 얻을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은 “문제가 있는 법이라 할지라도 법이 통과된 이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가 형벌권의 엄정한 실현과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를 위해 할 일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검장들 발언은 일선 검사장들 취임사에서 부패 수사 강화로 구체화됐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강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 뒤에 숨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은 “공직 비리, 구조적 비리 등 부패사범 척결에 대한 국민 염원이 매우 높다”고 했다. 한석리 서울서부지검장도 “누구의 범죄라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윤석열정부 검찰 지휘부의 취임 일성이 지난 정부 검찰 간부들의 것과 거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절제된 행사’가 강조됐다면, 이번에는 ‘단호한 대처’에 방점이 찍혔다”고 평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6월 “직접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며 취임했었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도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었다.

‘공정한 형사 법집행’에는 그간 미진하다고 지적된 사건들의 재수사 가능성이 담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 가동을 검토했던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막대한 배임 범죄가 정관계 도움 없이 지방 공사 본부장급 인사를 정점으로 실행 가능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송 지검장은 구체적인 사건 언급을 피하면서도 취임사에서 “권력형 비리,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범죄나 금융비리 등은 그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부정선거의 종합판”으로 규정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도 재수사 여부가 관심을 끈다. 2018년 6월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 당시 청와대 인사 일부에 대해 검찰은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현 여권이 이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한 상태다. 김 고검장은 취임사에서 “(항고인들은) 지검 등의 처분에 대해 승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검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며 “더욱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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