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때 서화가 강진희가 그린 미국 풍경화 첫 공개

손영옥 2022. 5. 2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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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의 산과 근경의 언덕의 양안 사이로 강이 흐르는 구도, 먹을 아낀 간일한 필치가 전형적인 남종문인화풍이다.

언덕에는 5층 석조 건축물이 위용을 자랑하는 19세기 말 미국의 근대화된 풍경을 그린 이는 19세기 말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의 수행원으로 미국에 간 외교사절 청운 강진희(1851~1919)다.

강진희가 1888년에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풍경화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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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랑 23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수행해 방미
기차·철교·전신주 등 신문물 그려
구한말 외교관이자 서화가인 청운 강진희가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을 수행해 미국 워싱턴DC에 체류하던 1888년에 그린 ‘화차분별도’(종이에 수묵, 28×34㎝, 간송미술관 소장).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풍경화로 근대 과학 문물인 기차와 전신주 등을 남종문인화풍으로 담아냈다. 예화랑 제공


원경의 산과 근경의 언덕의 양안 사이로 강이 흐르는 구도, 먹을 아낀 간일한 필치가 전형적인 남종문인화풍이다. 그런데 강 위로는 놀랍게도 각기 연기를 뿜으며 기차가 달리는 철교가 두 개나 등장한다. 언덕에는 5층 석조 건축물이 위용을 자랑하는 19세기 말 미국의 근대화된 풍경을 그린 이는 19세기 말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의 수행원으로 미국에 간 외교사절 청운 강진희(1851~1919)다.

강진희가 1888년에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풍경화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예화랑은 23일 한·미수교 140주년을 맞아 화차분별도와 함께 이를 오마주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연(緣): 이어지다’전을 이날부터 갖는다고 밝혔다.

1881년 주미전권공사에 임명된 박정양 일행은 87년 12월 10일 제물포를 출발해 88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했고 1월 9일 워싱턴DC에 도착한다.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은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일행의 최대 관심사는 학교 복지관 정부부처 등 미국의 선진적 제도와 철도 등 사회기간시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 강진희는 박정양을 수행해 철도편으로 미국 내 곳곳을 여러 차례 둘러봤다. 박정양이 워싱턴 근무 당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미행일기’에는 “서기관 이상재, 번역관 이채연, 수행원 강진희, 무인 이종하 등이 바람 쐬러 볼티모어에 갔다가 당일에 돌아왔으며, 기차가 너무 빨리 달려서 한쪽 눈을 돌리면 이미 지나갔다”고 적혀 있다. 일행 중 유일한 서화가였던 강진희가 그때 본 철도를 견문풍경화처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 속에는 전신주도 들어있는 등 미국에 간 외교사절의 눈에 비친 신기하고 놀라운 문물이 구현돼 있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이 작품은 1983년 한·미수교 101주년에 즈음에 언론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일반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화차분별도’는 강진희가 주미청국관 팽광예와 함께 엮은 미국견문화첩 ‘미사묵연 화초청운잡화합벽첩’에 장정돼 있다. 화첩은 강진희의 그림 3점, 팽광예의 그림 1점, 둘의 합작품 1점 등 총 5점으로 구성돼 그 시절 워싱턴 외교가의 교유 문화를 증거한다. 전시에는 화첩 속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워싱턴에 체류하면서 세자 시절 순종의 생일에 건강을 비는 마음을 담은 ‘삼산육성도’, 고종의 탄생일에 그린 ‘승일반송도’도 나왔다.

현지에서 찍은 강진희의 초상 사진. 예화랑 제공


강진희가 1889년까지 워싱턴에서 일할 때 찍은 초상 사진도 볼 수 있다. 당시 공관원들이 찍은 사진 중 유일하게 남은 원본 사진으로 사진관 주소도 사진에 또렷이 적혀 있다. 강진희의 저술인 ‘악부합영’(樂府合英)도 나왔다. 조선 후기 판소리 악부와 판소리 연구가 송만재가 저잣거리 판소리 소리꾼과 광대를 읊은 시인 ‘관우시’(觀優詩)를 함께 엮은 책이다. 6월 18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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