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K팝과 J팝, 그 너머
지난 14~15일 도쿄(東京) 인근 이벤트32홀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22 프리미어 인 도쿄’는 독특한 행사였다. 한국 기업 CJ ENM이 주최한, 일본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였지만 당황스럽게도 참가 아티스트 중 한국인이 없었다.
이날 콘서트와 팬미팅 등에 나온 아이돌 6팀은 모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 재팬’을 통해 탄생한 그룹. 시즌1과 2 우승팀인 JO1, INI를 비롯해 최종 멤버에 들지 못한 참가자들로 결성된 4개 팀이다. 멤버는 전원 일본인, INI에만 중국인 멤버가 한 명 포함됐다. 행사에 온 기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 팀들을 ‘K팝 아이돌’이라고 써야 하나, ‘J팝 아이돌’이라고 써야 하나?
공연을 보니 더 헷갈리는 느낌. 힙합 기반 강한 비트에 칼군무, 전형적인 한국 아이돌의 음악과 퍼포먼스인데 노래 가사는 일본어다. 경쾌하고 느슨한 느낌의, ‘쟈니스’로 대표되는 기존 일본 아이돌 그룹 음악과는 많이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팀들은 CJ ENM과 일본 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이 함께 만든 기획사에 소속돼 한국 아이돌의 트레이닝, 음악 제작, 홍보 방식에 따라 키워진다. 그래서 이들을 표현할 땐 ‘K팝 스타일의’ ‘K팝의 DNA를 가진’ ‘K팝이 현지화한’ 등의 복잡한 수식어가 동원되곤 한다.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은 상당하다. JO1과 INI는 발표하는 앨범마다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오르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관객들은 대부분 10~20대 여성들인데, 정작 자신들이 즐기는 음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없어 보였다.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K팝을 좋아하다 지금은 INI 팬이 됐어요. 일본인이 일본어로 노래하니 더 가까운 느낌이라 좋아요” “유튜브에서 보고 팬이 됐는데, 알고 보니 ‘한국풍’ 아이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K팝에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등등의 반응이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한국 문화 전문가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를 만났다. 그는 기자의 “K팝이냐 J팝이냐”란 질문에 “한국 사람들은 ‘K’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는 농담 섞인 대답을 했다. K팝만의 특별한 활기와 개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에는 어떤 ‘국적’도 없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면서도 “현재 K팝이 세계인들의 ‘음악을 즐기는 법’을 바꾸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한국인 없는 한류 아이돌’, 세계를 열광시키는 한국발 문화가 새로운 차원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이영희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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