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는 핵으로' 천명.. 한·미 대 북·중 '강대강' 대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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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 핵이 없는 남한이 북한과의 '균형추'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사후적으로 대응했던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 '핵에는 핵으로'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왔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미 항모전단이나 핵잠수함도 한반도에 집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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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땐 미국 전폭기 수시 출동
위협 느낄 北, 국지전 등 선 넘을수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 핵이 없는 남한이 북한과의 ‘균형추’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의지가 없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만 촉구하며 핵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는 북한의 도발에 사후적으로 대응했던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 ‘핵에는 핵으로’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왔다.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제약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23일 “우리가 핵을 보유했다면 북한이 연평도 포격 같은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라며 “이번 공동성명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을 경우 북한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계속 도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정상회담에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할 최첨단 무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으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 전략폭격기가 수시로 한반도 상공에 날아다닐 수 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H(스트래토포트리스)와 B-2(스피릿) 등이 거론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죽음의 백조’ B-1B가 뜰 가능성도 있다. B-1B 폭격기는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올라가 비행하기도 했다.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부 벙커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타격이 가능함을 암시하는 무력시위였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미 항모전단이나 핵잠수함도 한반도에 집결할 수 있다.
한·미의 이런 강경 대응에 북한은 물론 중국도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미국 무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자신을 위협하는 행위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017년까지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 인근에 올 때마다 중국은 ‘긴장을 조성하지 말라’고 했었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략자산이 새롭게 전개되기 시작할 경우 중국은 이전보다 강경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역시 한층 강경한 태세를 취할 전망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타격’ 발언에 김 위원장이 ‘핵 선제사용 가능’으로 응수했던 것처럼,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더 위협적인 발언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재개와 같은 고강도 도발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의 경우 이미 핵실험장 복구를 완료하고 타이밍만 재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북한이 천안함 공격 같은 국지전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NLL에서 해안포부터 쏘며 9·19 군사합의 파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5월 말에서 6월 초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본격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6월 초 노동당 전원회의가 북한 핵무력 강화에 있어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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