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특권 맞선 노무현 정신 계승"..문 전 대통령 "약속 지켰다"
정권 교체 뒤 처음 맞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추도식은 더불어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13주기 추도식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이해찬 전 대표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김동연(경기)·변성완(부산)·이용섭(광주)·박남춘(인천)·양문석(경남) 등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선거운동 일정을 쪼개 참석했다. 코로나19로 70여 명만 참석했던 2020~2021년과 달리, 이날 추도식엔 야권 지지자 1만여 명이 모여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물결을 이뤘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이재명 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 등 민주당 전·현직 지도부와 함께 오찬을 한 뒤 오후 2시 추도식에 참석했다.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적은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약속을 지켰다. 감회가 깊다. 아내(김정숙 여사)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찾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추도사를 낭독한 정세균 전 총리는 “노 대통령께서는 늘 사즉생의 자세로 사셨다. 그런 점에서 그를 향한 진정한 추모의 시작은 노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꿈이 다시 깨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보수 정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이날 추도식을 찾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 정부 핵심 인사들, 그리고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관계자 10여 명도 함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누구보다 서민적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이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게 생각난다. 부당한 기득권과 반칙, 특권에 맞섰던 대통령의 정신을 잘 계승해서 대한민국을 더 발전시키겠다’ ‘다음에 꼭 한번 뵙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추도식장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선, 그의 입장을 막으려는 일부 추모객, 유튜버 등과 경호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추모객은 이 대표를 막아서며 “꺼져라” “돌아가라”라고 소리쳤고, 이에 이 대표는 “왜 밀어요”라고 반복해 말하며 간신히 입장했다.
김해=오현석 기자, 김기정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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