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눈치 굴종외교..지난 5년 실패 증명"
윤석열(얼굴) 대통령이 23일 제7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의 대처는 이전 정부와 다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시적인 도발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은 그걸 ‘굴종외교’라고 표현을 한다. 저쪽의 심기 내지는 눈치를 보는 그런 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것이 지난 5년간 증명이 됐다”고 못 박았다. 이날 오전 진행된 인터뷰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대응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군이라는 것은 늘 일정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훈련을 해야 한다”며 “한·미 동맹군도 한반도의 군사적·안보적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건 원칙이다”고 말했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선 “대한민국 영토 내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선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렸다”는 말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서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으니, 이제 김 위원장이 답할 차례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 “대한민국 영토 내 전술핵 배치문제 논의 안돼”
윤 대통령은 “저는 북한을 망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고 북한이 한국과 번영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과연 핵무장을 강화해 나가는 게 북한이 대한민국과 함께 평화를 유지하고 번영해 나가는 길인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북한이 현재와 같은 상태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의 밀착을 중국이 우려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직설화법을 구사했다. 중국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해 만들어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대(對)중국 경제 포위망’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날 “분열과 대항을 만드는 도모에 반대한다”며 반발한 중국은 이날도 “아태 지역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IPEF 참가로 중국이 경제 보복 조처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우리가 안보나 기술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중국 측에서 이거를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을 포함해 13개국이 참여한 IPEF 출범식 겸 정상회의에도 화상회의로 참석했다. 13개국 정상급 인사 중 다섯 번째로 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은 “IPEF 출범은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역내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오늘 출범식에 다수 정상이 참석한 것 자체가 IPEF 미래가 성공적일 것이라는 더 강한 믿음을 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식량·에너지 위기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한국은 IPEF가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참여국 수준을 넘어, IPEF 창립 멤버로서 주도적으로 협의체를 끌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청사 출근길에 IPEF 참여에 대해 “역내 경제 통상과 관련한 광범위한 룰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빠진다면 국익에도 피해가 많이 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대통령실도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향후 기대 효과로 ‘룰 세팅(rule setting)’을 거론하면서 “신통상 이슈에 대한 글로벌 규범 정립을 선제적으로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경제안보 질서를 새로 짜는 상황에서, IPEF에 들어가는 게 시간문제라면 아예 창립 멤버로 들어가 ‘게임의 룰’부터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IPEF가 개방성과 포용성 그리고 투명성의 원칙하에 추진되기를 기대한다”며 개방성을 강조했다. 한·미 간 밀착이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식, 중국 참여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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