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랴부랴 문서 봉인..北에 피살된 동생 눈 못 감는다 [이래진이 고발한다]

저는 언론에서 통상 ‘북한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라고 부르는, 2년 전 47세로 생을 마감한 이의 친형 이래진입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동생이 왜,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를 알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여전히 그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중앙일보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국민께 다시 호소합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파악한 상황은 무엇이었으며, 정부 책임자들이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꼭 알고 싶습니다. 그래야 제 동생도 늦게나마 저승에서 편안히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피살된 전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5/24/joongang/20220524000131123ppp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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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월북 주장은 인권침해
실종이 확인된 순간부터 북한에서의 체포가 확인됐을 때까지 우리 군의 수색 작업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알아야겠습니다. 언론 보도와 관련 책임자의 국정감사장 발언 등에 따르면 제대로 된 수색 작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 정보기관이 감청을 통해 북한이 체포했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정부가 동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취한 조처 역시 특별한 게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동생이 북한 해역에서 무참히 살해된 뒤 해경과 군 당국은 "실족, 극단적 선택, 자진 월북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명확한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극단적 선택이나 자진 월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1년 7월 이러한 해경과 군 당국 발표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근거가 불충분한 주장'이라는 결정문을 냈다는 겁니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 정부가 "북한군이 총격 후 화형으로 동생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는데, 도대체 왜 그런 섣부른 추측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국민이 생명을 부당하게 빼앗긴 상황에서 왜 해경과 군 당국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했을까요.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 등에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2차장으로부터 동생이 북한에 체포돼 바닷물 속에 몸이 있는 상태로 7∼8㎞를 끌려가는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북한 해역이라 구조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끌려가는 도중에 숨졌든, 북한군 총격 때문에 숨졌든 뻔히 상황을 알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우리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 정권 마지막 날 법원 자료도 회수
그래서 저는 지난해 1월 13일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어떤 보고를 받았고, 또 어떤 조처를 지시했는지를 공식 국가 문서를 통해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차 심리는 7개월 뒤인 8월 20일에서야 이뤄졌습니다. 피고(정부) 측은 재판에서 "수사 중이다" "군사기밀이라 국가안보에 문제가 있다" "남북평화 프로세스가 깨질 수 있다"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북한에 피살된 전 해부수 공무원의 유가족이 지난해 10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뉴스1]](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5/24/joongang/20220524000132412ryld.jpg)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25일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패소하면 "항소를 자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는 이를 무시하고 정보공개청구 소송 일부 패소에 항소로 대응했습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엔 동생 죽음과 관련한 정보가 담긴 문서를 부랴부랴 수거하고 봉인해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넣어버렸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그 안에 꼭 감추고 싶은 그 무엇이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 등 직무유기 고발 준비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인권위는 정부 발표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지적했지만, 그동안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 어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사과도 없었습니다.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조카(피살된 동생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직무유기 또는 살인 방조 행위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을 형사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정보라고 해도 고등법원의 판결이 있으면 열람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처를 다 할 것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두 조카 중 초등학생인 둘째는 최근에야 아빠의 죽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도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한풀이로 비치진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국민이 유사한 일을 당했을 때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동생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지한 뒤에도 왜 북한에 송환 요청을 안 했는지, 그 결정에 누가 관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들이 문재인 정부가 봉인한 대통령기록물 안에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대통령기록물이 진실 은폐 수단인가
대통령기록물 지정 제도가 진실 은폐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는 정직하게 실패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정신입니다. 국민께 호소합니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좌·우, 보수·진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문제가 아닙니다. 힘 있는 자가 말 없는 죽음의 진실을 감춘다면 자유와 정의는 설 곳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1월에 북한에서 피살된 전 해수부 공무원의 아들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 오른쪽은 그 아들이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기록. [유족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5/24/joongang/20220524000133634etzm.jpg)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전 후보자 신분일 때 저와 두 차례 만났습니다. 당시 정부의 행적을 담은 문서가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적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봉인된 기록을 꺼낼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법이 열람을 허용할 때 하루라도 빨리 집행되도록 해주십사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만약 전 정부 관계자들을 고발하면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가 이뤄지도록 도와주십시오. 저와 제 동생 가족 모두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래진 북한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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