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 43일 만에 자진 사퇴..방역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

이우림 2022. 5. 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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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는 정 후보자의 모습. 연합뉴스

‘아빠 찬스’ 논란으로 임명이 미뤄졌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결국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달 10일 지명된 후 43일 만이다.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에 맞춰 방역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수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보건ㆍ복지 분야의 주요 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9시 30분쯤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오늘 자로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 제시를 통해 수많은 의혹들이 허위였음을 입증했으나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고, 저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다시 지역사회의 의료전문가로 복귀하여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라며 “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들이 있다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며, 오늘의 결정을 통해 모든 감정을 풀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선언한 건 지난달 10일 지명된 이후 43일 만이다. 의사 출신으로 경북대병원장을 지낸 정 후보자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 대구ㆍ경북 지역의 대유행을 진화하는 데 앞장서며 주목을 받았다. 장관이 된다면 보건의료 전문가로 코로나19 방역 관리와 포스트 오미크론 정책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정 후보자는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경북대병원 고위직으로 근무하던 시기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점, 아들이 재검을 통해 ‘4급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받은 점 등이 조명되며 ‘아빠찬스’ 논란에 시달렸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정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꼽으며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정 후보자는 지난달 17일에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해명했고, 같은 달 20~21일에는 재검을 통해 아들의 병역 4급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해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지난 3일 열렸던 인사청문회에선 야당 의원들이 집단퇴장하며 파행으로 종료됐다.

결국 이날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결론이 나면서 보건복지부 수장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됐다. 현재 복지부는 장관 자리는 공석인 상태로 조규홍 1차관, 이기일 2차관 체계로 운영 중이다. 특히 복지부 내부에선 당장 포스트 오미크론에 맞춰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 등을 포함해 안착기 전환 시점을 결정해야 하는데, 수장이 없는 상태라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새롭게 임명됐지만 새로운 인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끌고 나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새로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실제 임명되기까지는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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