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희생양?" 역정냈던 尹..'의리' 대신 '협치' 선택했다

허진 입력 2022. 5. 23. 22:20 수정 2022. 5. 24.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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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녀 관련 의혹 등을 해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10일 후보자 지명 이후 43일,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20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중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낙마이기도 하다.

정 후보자가 이날 심야에 사퇴를 했지만 정치권에선 예정된 수순으로 봤다. 당초 한덕수 국무총리에 부정적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전격적으로 ‘찬성’ 당론을 모아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충돌 이후 냉랭하던 여야 사이에 오랜만에 협치 무드가 형성된 만큼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정 후보자 임명을 여권이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이후 여권에 긍정적 여론 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6·1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호영 리스크’를 안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와 관련해 “거취 문제를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 후보자 임명에) 당내 반대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정 후보자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최근 참모들에게는 “왜 정 후보자가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 나는 정치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며 역정을 내기까지도 했다. 하지만 모처럼 만들어진 협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걸 막기 위한 대통령실 참모들의 설득과 여당의 민심 전달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생각도 바뀌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처음엔 격렬히 사퇴에 반대했던 대통령 반응이 점점 참모들 의견에 동의하는 식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출국한 22일을 넘겨 23일 심야에서야 정 후보자가 사퇴한 걸 두고는 “정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하게 윤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23일 오전 출근길에 정 후보자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보다는 스스로 자진 사퇴를 준비하는 시간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사람에 대한 의리와 신뢰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선 후보 시절부터 늘 고민에 부딪힐 때마다 민심을 바로미터로 보지 않았나. 민심의 요구를 그대로 받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도 이날 사퇴 입장문에 “저 정호영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밑알이 되고자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이제 다시 지역 사회의 의료 전문가로 복귀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적었다.

허진·현일훈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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